우리나라 초상화(肖像畵)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올라가지만 실제 초상화가 많이 그려진 시기는 성리학 체계가 자리했던 조선시대다. 당시 초상화를 그릴 땐 ‘터럭 한 올이라도 다르면 다른 사람이다(一毫不似 便是他人)’고 했다. 또 ‘전신사조(傳神寫照)’라고 하여 인물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까지 담아내야 한다고 했다. 단지 한 장의 그림이 아니었던 셈이다.
국내 유일 왕의 초상화 전문 박물관인 전북 전주 ‘어진박물관’에서 초상화 특별전이 열린다. 어진박물관은 오는 18일부터 6월 16일까지 ‘초상화 특별전-이렇게 뵙습니다’를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선 통일신라시대 문장가 최치원(1831년쯤 작품)을 비롯 이숭원, 고희, 강응환, 이신문, 장태수, 김근배, 김기술, 이덕응, 박해창, 관우 등 16명의 초상화가 전시된다.
조선 초기 직제학을 지낸 최덕지 초상화(보물 594호)는 유지초본(밑그림)과 함께 전시돼 제작 과정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세종때 영의정을 지낸 하연과 정경부인 영정은 조선초 유행한 부부초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들 작품들은 후손이나 기관이 오랜 세월 보관해 온 것들이다. 이 가운데 10개는 조선 후기 전북에서 활동한 어진화사 채용신이 그렸다.
이동희 관장은 “전시 제목을 ‘이렇게 뵙습니다’라고 한 것은 초상화를 통해 선조들을 만나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