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대북 특사 파견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번 특사는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앞두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남·북·미 3자 간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에 걸맞은 무게감과 협상력을 갖춘 인사를 발탁하기 위해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뜻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파악한 북한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있는 카드는 대북 특사 파견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등 기존 접촉 라인과는 별도로 무게감이 있는 특사를 파견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설득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대북 특사는 이 문제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연설 이후 대북 특사 파견 계획 등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특사로 최우선 거론되는 인사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다. 두 사람은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채택을 앞둔 지난해 3월과 9월에 대북 특사로 파견된 경험이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2년간 남·북·미 교차 협상에 참여하면서 전후 사정을 꿰뚫고 있다. 이들과 함께 특사로 파견됐던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도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게감을 고려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특사로 파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특사단만으로 돌파하기에는 상황이 더욱 엄중해졌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는 특사 파견 계획을 조만간 매듭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16~23일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길에 오를 예정이다. 또 4·27 판문점선언 1주년도 채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조기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정 실장은 이번 순방에 동행하지 않는다고 밝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수락할 경우 문 대통령이 순방 중 정 실장의 특사 파견을 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 실장은 국내에서도 항상 역할이 있다”며 “정 실장이 (순방 기간) 다른 데를 가는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문 대통령이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특사 파견 계획을 밝힐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