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무상교육이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첫발을 뗀다. 2021년부터 대다수 고교생 학부모들은 고교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부담에서 해방된다. 고교무상교육이 일단 시작되면 정부든 교육청이든 되돌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원 부담 주체들 사이의 ‘미완의 합의’여서 분쟁의 소지는 다분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무상교육은 곳곳에 암초가 숨어 있다. 고교무상교육이 완성되는 2021년을 앞두고 첫 위기가 찾아올 전망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입장문에 예고돼 있다. 입장문은 데드라인을 설정하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교육감협의회는 “당정청은 교부율 인상을 포함한 안정적 재원 대책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 시기는 고교무상교육이 완성되는 때까지여야 한다”고 했다.
올해 2학기와 내년까지는 시도교육청이 허리띠를 졸라매 재원을 분담하겠지만 2021년 이후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런 입장문도 상당한 내부 진통 끝에 나왔다. 특히 학생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전액 국가 부담’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어떻게든 예산 당국과 국회를 설득해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상향 조정하지 않을 경우 후폭풍이 예상된다.
2025년을 앞두고 한 차례 더 위기가 찾아올 전망이다. 물론 2021년에 시도교육감들 요구대로 재원 문제가 해소되면 고교무상교육은 순탄한 길을 걷는다. 그러나 또다시 예산 당국과 교육 당국이 어정쩡하게 합의하면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정청은 현재 내국세의 20.46%인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예산 당국의 반대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신 고교무상교육에 한해 실소요금액을 산정해 시도교육청에 돈을 내려주는 증액교부금 방식을 채택했다. 이런 방식으로 2024년까지 한시적으로 소요재원의 50%를 국고에서 부담한다.
따라서 2025년 이후 재원 마련 대책은 현재로선 없다. 2022년 3월 대선으로 출범하는 다음 정부와 차기 시도교육감들에게 결정을 미뤄버렸다. 다만 정부는 시작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재원 부담 주체를 두고 논쟁만 계속 벌이다가는 박근혜정부 때처럼 고교무상교육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어떤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든 학부모에게 지원하던 돈을 중단하긴 어렵다. 누리과정 예산 파동으로 ‘유치원 대란’ 우려가 커졌던 2016년에도 학부모들이 정부와 교육청을 강하게 압박했고 양측이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사학에서는 재원 문제와 다른 측면의 우려들이 나온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협의회는 “재정지원을 명분삼아 부당한 지시나 감독의 배제 그리고 재정삭감금지 등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립유치원들에 누리과정 지원금이 들어가면서 공공성 강화 요구가 커졌듯, 고교무상교육 때문에 사학의 자율성이 침해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것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