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문제를 지적하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합의를 깰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놨다. 올해 들어 지지부진해진 9·19군사합의는 한동안 진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과 함께 허울만 바꿔 쓰고 이미 중단하게 된 합동 군사연습까지 다시 강행하면서 은폐된 적대행위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의 무분별한 책동”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오만과 적대시 정책을 근원적으로 청산하지 않고서는 북남 관계에서의 진전이나 평화 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때늦기 전에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키리졸브연습(KR)에서 동맹연습으로 이름을 바꿔 지난달 4~12일 실시한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습은 기간이 절반가량 줄었고 방어와 위기관리 연습 위주로 진행됐다. 한·미는 또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E) 명칭을 폐기하고 대대급 이하 연합훈련만 실시키로 했다.
김 위원장은 저강도로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까지 적대행위라고 간주하고 중지를 요구한 셈이다. 그는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시험 등을 거론하며 “6·12 조미(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역행하는 적대적 움직임들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우리 군 당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사진) 도입에 대해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긴장 격화로 몰아가는 엄중한 도발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쟁장비들을 계속 끌어들이는 것은 명백히 대화 상대방에 대한 전면부정”이라고도 지적했다.
우리 군 내부에서는 14일 “9·19군사합의가 당분간 진도를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비난 수위를 높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를 끝내 얻어내지 못할 경우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과 우리 군 전력증강을 구실로 9·19군사합의 폐기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