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그대로 유지된다. 한국과 일본이 5년여간 벌여 온 무역분쟁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한국이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방사능 오염 우려를 들어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를 포함한 8개 현에서 생산하는 수산물의 수입을 막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는 11일(현지시간) 일본이 제기한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8개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제소 사건에서 한국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정했다. 상소기구는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일본 정부 지적과 달리 불공정 무역이 아니라고 봤다. ‘자의적 차별’이 아닌데다 ‘부당한 무역 제한’도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1심 격인 WTO 분쟁해결기구(DSB)가 지난해 2월 내렸던 판정을 뒤집은 것이다. 상소심은 WTO 분쟁 해결 절차의 최종 단계다. 더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상소기구는 1심 판정의 근거가 된 전문가 패널 권고안이 타당한 해석인지에 주목했다. WTO 분쟁 해결 절차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일단 정부간 해결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여기서 결론을 못 내면 전문가 패널을 소집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당시 소집된 전문가 패널은 한국의 수입 규제 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에 위배된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협정을 준수하려면 후쿠시마 등 8개 현의 수산물을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소기구는 문제가 된 조항 3개와 부속서 등을 살펴본 결과 일본보다는 한국의 설명이 설득력 있다고 평가했다. 항목별로 전문가 패널의 권고안을 뒤집는다고 명시하면서 한국이 수입 제한 조치를 유지해도 된다고 규정했다. 한국 정부가 상소하면서 추가로 제시한 ‘상식적인 수준의 환경 유해성’ ‘환경 유해성이 식품에 미치는 영향’ 등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WTO의 최종 판결로 한국은 후쿠시마·이바라키·군마·미야기·이와테·도치기·지바·아오모리현에서 생산하는 수산물에 적용해온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동일본 대지진의 후속 조치로 2013년 9월 수입금지를 결정했었다.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후쿠시마현을 비롯해 8개 현의 앞바다는 맞닿아 있기 때문에 ‘방사능 우범지대’로 분류된다.
다만 상소기구는 한국 측에도 잘못이 있다고 봤다. 한국 정부가 수입금지를 결정하면서 SPS 기준에 맞춰 제한 사항을 공개하는 데 있어 미흡했다는 1심의 판정을 지지했다. 한국이 제기했던 전문가 패널의 전문성에 대한 이의 제기도 기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