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의 낙태 전면 금지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임신 후 일정기간 내 낙태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헌재 결정으로 태아 생명을 보호할 수 없게 돼 유감이다. 낙태죄가 있는데도 낙태가 많은 마당에 낙태죄 위헌 결정으로 낙태가 광범위하게 죄의식 없이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낙태죄는 사실 선언적인 의미가 강했다. 현행법은 임신한 여성 또는 배우자에게 질환이 있는 경우, 성폭행에 의해 임신한 경우, 근친상간의 경우,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에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사회 활동에 지장을 준다거나 경제적 이유, 출산시기 조절 목적 등으로 낙태를 하면 처벌을 받도록 법에 규정돼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법조차도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매년 수만 건의 낙태 중 합법 시술은 일부에 불과하고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받는 것은 연간 10건 정도밖에 안 됐다. 그러나 이제는 낙태를 허용함으로써 낙태에 대한 죄의식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사라지게 했다. 낙태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헌재는 2012년 “태아는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된다”며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서도 불가피하다”고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그러나 7년도 안 돼 정반대의 결정을 했다. 헌재가 요즘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해 자기 부정을 하는 판결을 한 것이다. 헌재가 일부 여론을 대변하거나 시류에 영합하는 기관인지 묻고 싶다.
헌재의 7년 전 결정처럼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 태아는 임신부의 일부이거나 자기 결정권 아래 있는 부산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생명체다. 임신 이후 태아는 아무리 초기라도 단순 세포가 아니고 생명의 연속성을 가진 존재다.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비생명과 생명으로 나눌 수 없다. 헌재 결정과 관계 없이 낙태는 엄연히 살인 행위이다. 시류에 따라 바뀌는 세상법과 관계없이 하나님 앞에서 죄다. 낙태를 허용하는 조건을 확대하거나 임신과 출산·양육 환경을 위한 사회 경제적 안전망을 조성하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여성과 태아 모두를 보호하는 방안을 먼저 강구했어야 했다. 헌재 결정으로 인해 낙태가 증가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 마련부터 서두르기 바란다.
[사설] 낙태죄 위헌 결정으로 낙태 급증 우려된다
입력 2019-04-1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