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연방수사국(FBI)이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선거캠프를 감청한 것은 ‘스파이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바 장관이 러시아 스캔들로 트럼프 행정부를 집요하게 압박해 온 민주당에 본격적으로 반격하는 모양새다.
미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 청문회에 출석한 바 장관은 FBI의 트럼프 캠프 수사와 관련해 “스파이 활동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치 캠프에 대한 스파이 활동은 큰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캠프를 겨냥한 정보 활동의 진원지와 행위를 모두 살펴볼 예정”이라며 “상당부분 이미 조사됐고,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 장관이 말한 스파이 활동은 FBI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외교정책 고문이던 카터 페이지를 감청한 것을 말한다. FBI는 감청영장 신청서에서 “페이지가 정보요원들을 포함해 러시아 정부 관리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며 “페이지는 러시아 정부와 협력해 공모하고 있다”고 썼다.
민주당은 격앙된 비난을 쏟아냈다.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법무부가 이전에 우리에게 밝혔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척 슈머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바 장관이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썼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AP통신 인터뷰에서 “나는 바 장관을 신뢰하지 않고 로버트 뮬러 특검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뮬러 특검은 지난달 수사를 끝내고 최종 보고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는데 바 장관은 이를 간추린 4쪽 요약본을 의회에 보내며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공모 의혹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요약본 공개 이후 부쩍 수위가 높아진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를 일축한 채 보고서 전체 공개를 기다리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바 장관은 곧 일부 민감 정보를 편집한 보고서 편집본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법무부의 정치적 독립성도 지적됐다. 바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의중에 맞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폴 왈드먼은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고용한 목적에 맞는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특검 수사와 관련된 인사들을 다시 한번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과 앤드루 맥카베 전 FBI 부국장 등 특검 수사와 연관된 이름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더러운 쿠데타가 있었다. 그들은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