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대표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Maid in Korea)’에 이어 ‘인베스트 인 코리아(Invest in Korea)’마저 수세에 몰렸다. 올해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35% 이상 급감했다. 금액으로 봐도 7년 만에 최저치에 머물렀다. 승승장구했던 지난해 실적의 ‘기저효과’라고 보기에는 낙폭이 너무 크다.
국내외 상황이 복합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보호무역주의 강세로 감소하기 시작한 각국의 해외 투자가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선 외국인투자 기업에 주던 법인·소득세 혜택이 사라진 게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한국에선 기업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최대 투자국인 유럽연합(EU)의 투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다만 대기업 납품을 노린 신산업군 투자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질적인 면에서는 양호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분기 FDI가 전년 동기 대비 35.7% 감소한 31억7000만 달러(신고액 기준)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1분기(49억3000만 달러)와 비교해 17억6000만 달러가 증발했다.
2012년 이후 7년 사이 최저 실적을 찍은 배경에는 보호무역주의 득세가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FDI를 끌어내리는 중이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FDI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어든 1조2000억 달러로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EU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투자국들이 해외 투자 돈줄을 조이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외국인투자 기업에 부여하던 법인·소득세 감면 혜택을 폐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투자할 경우 혜택을 못 보기 때문에 지난해 말 투자가 몰린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한국에 투자한 나라 가운데 1위인 EU는 지난해 1분기 18억75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올 1분기에는 47.3% 감소한 9억8700만 달러로 투자 규모를 줄였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9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국 진출 기업의 상당수가 규제와 감시가 심해지고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했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다”며 반박했다.
FDI 금액은 줄었지만 세부 내용은 양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2차전지나 5G 등 신산업 관련 투자가 전체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5%였기 때문이다. 아직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을 매력적 투자처로 본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강화해 5년 연속 2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