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談] ‘갑 오브 더 갑’ 행정안전부

입력 2019-04-12 04:05

세종시에는 공무원들을 위한 하루 1만원짜리 호텔 ‘아름관’이 있다. 정부세종청사 인근 아파트를 정부가 임대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공무원 단기숙소로 운영한다. 하루 수용 인원은 102명이다. 세종시에 집이 없는 공무원들의 주거문제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최근 아름관을 두고 행정안전부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아름관은 일반 비즈니스호텔 숙박비의 10분의 1 수준이라 ‘신청 경쟁’이 치열하다. 평일 이용률이 90%를 웃돈다. 매일 오전 9시마다 홈페이지에서 당일 이용신청을 할 수 있는데, 영화관 좌석을 예매하듯 선착순 방식이다. 공무원들이 오전 9시 알람에 맞춰 ‘클릭전’을 펼치는가 하면 고위공무원 숙소 예약을 위해 부하직원 여러 명이 컴퓨터 앞에 대기하는 모습도 연출된다.

그러나 행안부 공무원들은 별다른 경쟁 없이 아름관을 이용하고 있다. 행복청은 지난달 4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두 달 동안 객실 12개를 행안부 공무원들에게 우선 배정 중이다. 12개실을 예약시스템에서 빼서 행안부에 준 뒤 자체적으로 예약하게끔 했다. 올해 세종시로 이전한 행안부 공무원들을 배려한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일반 공무원들이 신청할 수 있는 객실 수가 하루 90개로 줄었다. 행안부에서 배정하고 남은 객실은 당일 오후 5시 일반 공무원들에게 나눈다.

이 때문에 행안부 외 부처 공무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세종시로 뒤늦게 이전하는 특혜를 봤던 행안부가 이제는 아름관으로도 ‘갑질’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행복청은 ‘과거에도 시행했던 제도’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2016년 인사혁신처 공무원을 위해 객실 12개를 두 달 동안 우선 배정했었다. 행안부도 별도 기간 연장 없이 다음 달에 우선 배정을 끝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행안부 이전에 ‘우선 배정’ 혜택을 받았던 부처는 인사혁신처와 안전처 2곳에 불과하다. 모두 행안부와 한 식구였던 곳이다. 다른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더라도 똑같이 우선 배정을 시행할 계획이라지만 세종시 이전이 확정된 부처 중에 아직 이전하지 않은 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 곳뿐이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