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플 마인드’ 다름을 품다, 음악으로 하나 되는 기적 [리뷰]

입력 2019-04-13 00:05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한 장면. ‘꽃 피는 봄이 오면’(2004) ‘순정만화’(2008) 등을 연출한 고(故) 류장하 감독의 유작으로 특유의 따뜻한 화법이 녹아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가 함께하는 게 진짜 잘하는 거야. 소리를 맞춰가는 것, 서로의 소리를 듣고 가는 것. 이걸 잊으면 안 돼.”

뷰티플 마인드 뮤직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이원숙 선생님의 가르침에 단원들은 악기를 고쳐 잡는다. 다시 한번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서로가 내는 소리에 집중한다. 불협화음은 어느새 하나의 선율로 뭉쳐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뤄낸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뷰티플 마인드’(감독 류장하 손미)는 동명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다. 10세부터 30세, 천재부터 노력파, 장애와 비장애 등 실력도 개성도 제각각인 뮤지션들이 차이를 극복하고 앙상블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따뜻한 감동이 스며든다.

영화는 특히 몇몇 단원들에게 주목한다. 4차원 기타리스트 심환(25·발달장애), 듣는 순간 악보를 외우는 기타리스트 허지연(30·시각 및 지체장애), 최연소 피아니스트 김건호(10·시각장애), 그리고 10년 지기 첼리스트 김민주(21·시각장애)와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진(21·시각장애)까지.


영화는 본인뿐 아니라 부모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어루만진다. 카메라 앞에 선 부모들은 아이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됐을 때의 심정이나 사회적 편견에 상처 입었던 기억들을 담담히 털어놓는데, 그러다가도 이따금 눈물짓고 만다.

영화의 살가운 화법은 등장인물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단숨에 좁혀버린다. 음악을 향한 그들의 순수한 열정에 어느 순간 감응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삶의 속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배움과 익힘의 속도가 느릴지언정 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성장하는 그들의 모습은 뭉클한 여운을 안긴다.

‘꽃 피는 봄이 오면’(2004) ‘순정만화’(2008) 등을 연출한 고(故) 류장하 감독의 유작이다. 97분. 전체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