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이런 이야기였어?” 선배가 쓴 ‘콩쥐 팥쥐’를 읽다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다. 알고 있던 내용과는 사뭇 달라 제목까지 확인했다. 콩쥐 팥쥐가 분명하고 행복한 결말 또한 같지만 행복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무척 험난하다. 결혼 전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나무호미로 김매기 따위의 위기를 겪었다면, 결혼 후에는 생사를 넘나드는 고생을 하게 된다. 민속학자 임석재님이 1930년에 채록한 평북 민담본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인데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원님과 결혼한 콩쥐는 계모와 팥쥐의 계략에 넘어가 연못에 빠져 죽게 된다. 팥쥐는 콩쥐 행세를 하며 원님과 부부로 산다. 연꽃으로 환생한 콩쥐를 원님이 꺾어 집으로 가져온다. 연꽃은 원님을 보면 피어나고 팥쥐를 보면 고개를 흔들며 덤빈다. 화가 난 팥쥐가 연꽃을 아궁이에 넣어 태워버린다. 불 속에서 구슬로 환생한 콩쥐는 이웃 할머니에게 원님을 불러 달라고 부탁한 뒤 짝짝이 젓가락이 놓인 밥상을 차린다. 원님이 젓가락을 지적하자 본 모습으로 나타나 원님의 어리석음을 일깨운다. ‘젓가락이 짝짝이인 것은 알면서 각시 바뀐 것은 어찌 모르냐고.’ 어떤 지역에서는 한층 엽기적인 결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원님이 팥쥐를 죽여 젓갈로 만들어 계모에게 보내고 사실을 알게 된 계모가 미쳐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여러 갈래로 변이된다. 콩쥐 팥쥐 또한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계모 박해담’이라는 원형은 변함이 없다. 얼마 전 의붓딸이 먹던 식빵에 주사기로 욕실 세정제를 주입한 계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의붓딸이 신고해 밝혀졌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콩쥐 팥쥐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듯하다. 자기 자식만 위하는 계모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야기는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을 함축해 진화해 간다. 어쩌면 백 년쯤 흐른 뒤 계모가 음식에 탄 독을 눈치채고 스스로를 구해낸 콩쥐 이야기가 전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최주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