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전 이스라엘 골짜기에서 에스겔이 본 환상이 오늘 우리 한반도 땅에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골짜기에 가득한 마른 뼈들에 힘줄과 살이 붙고 생기를 넣어 다시 살아나게 하니 큰 군대였습니다.(겔 37:10) 전쟁으로 죽어 마른 뼈들이었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한반도 땅에도 마른 뼈들이 즐비합니다. 전쟁으로 이념 갈등으로 죽임을 당한 채 버려진 시신들은 마른 뼈들이 되어 산골짜기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8년 전부터 제가 들어와 살고 있는 강원도 철원 땅은 한국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쟁터였습니다. 백마고지와 주변 산골짜기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수만 명의 남북한 군인과 중공군, 미군이 죽었습니다. 휴전 후 비무장지대(DMZ)에 남겨진 시신들은 70년 가까이 버려진 채 마른 뼈가 되었습니다. 에스겔이 환상으로 보았던 것처럼 지금 우리나라 비무장지대 산골짜기에는 마른 뼈들로 가득합니다.
백마고지 아래쪽에 화살머리고지가 있습니다. 그곳 역시 전쟁 중에 죽은 마른 뼈들로 가득한 골짜기입니다. 이 골짜기에서 휴전 후 처음으로 남북이 공동 유해발굴 작업을 하면서 의미 있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남과 북의 군인들이 비무장지대 안의 지뢰를 거둬내고 길을 만들고 분단의 군사분계선 철조망을 잘라내고 악수를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2일이었습니다. 유해발굴이란 표현을 쓰지만 사실은 마른 뼈들입니다.
마른 뼈들은 오늘 한반도에서 남북한 민족 평화의 메신저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남북한 정상들은 평화를 합의하고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파내고 군사 시설을 없앴습니다. 비무장지대 남쪽 지역을 통제하는 주한미군 사령관(유엔군 사령관 겸직)도 남북의 평화작업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미군 병사의 마른 뼈들을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들은 분명 새로운 환상입니다. 비무장지대 마른 뼈들로부터 일어나는 평화의 메시지요, 새로운 역사적 사건입니다.
매일 소이산에 오릅니다. 소이산 정상에서 왼편 아래쪽으로 화살머리고지가 보입니다. 그 골짜기에 가득한 마른 뼈들 위에 하나님 부활의 말씀이 임하여 평화의 메신저로 부활하는 사건을 보면서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남북한 분단 세월 66년 동안 아무도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불가능한 일이 가능한 일로 우리 눈앞에 실현되어 증거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산골짜기 가득한 마른 뼈들이 부활하는 환상을 보았던 에스겔의 이야기는 오늘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남북평화통일은 민족의 부활임을 깨우치는 메시지입니다. 우리에게 깨어 기도하라는 말씀입니다.
화살머리고지에서 새로운 환상을 봅니다. 남북 정상이 화살머리고지에서 만나 평화협정을 맺는 환상, 북미 정상들이 만나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환상입니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전쟁터 마른 뼈들이 골짜기마다 가득한 비무장지대 속으로 평평한 대로를 열고 서로 만나 손을 잡는 환상을 봅니다. 오는 27일에 남북 정상이 만나고, 시민들이 손을 잡고 평화의 노래를 부르는 환상을 봅니다. 남북 정상은 화살머리고지 위에 텐트를 치고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지혜와 경험을 넘어서는 곳에서 하나님의 새 일이 시작됨을 알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죽이고 죽임을 당한 병사들의 마른 뼈가 가득한 화살머리 산골짜기에 텐트를 치고 남북의 정상이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그곳에서 마른 뼈들이 외치는 평화의 소리를 듣기를 바랍니다. 남북 병사들의 마른 뼈만이 아니라 미국 중국 프랑스 그리스 필리핀의 옛 젊은 병사들의 뼈가 말하는 소리를 듣기를 바랍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 평화로 가는 길입니다. 에스겔이 보았던 환상을 우리 민족 모두가 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는 27일 동해안 고성에서 철원을 거쳐 서해 강화도까지 DMZ 남쪽 500㎞ 마을 길에서 일어나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4.27 DMZ 민+평화 손잡기 운동’에서 하나님의 영이 임하는 민족 부활의 사건을 체험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지석 목사(국경선평화학교)
◇국경선평화학교는 남북한 평화를 위해 일하는 피스메이커(마 5:9) 육성을 목표로 2013년 3월 1일 강원도 철원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정지석 목사는 아일랜드 영국 미국에서 평화학을 공부한 평화학자이며, 남북 DMZ 마을인 철원으로 이주하여 국경선평화학교를 설립하고 평화교육운동을 실천하는 평화교육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