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임시정부가 처음 출범했던 중국 상하이에서는 당시의 감격과 결의를 되새기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일제 침탈과 3·1운동 전후, 임시정부 수립 등 독립운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와 공연, 학술심포지엄, 임정 유적지 방문 등의 각종 행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9일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개막한 ‘역사의 교훈, 미래를 그리다’ 특별기획전에는 중국 매체들이 큰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시회는 독립기념관과 상하이 한국문화원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했으며, 7월 13일까지 열린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100년 전 그날, 그들을 기억하다’는 음악회도 함께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주최 측 인사들과 귀빈, 관객을 포함해 200여명이 참석했다. 중국 매체 30여곳도 이곳을 찾아 행사 기획자와 이준식 독립기념관장을 인터뷰하는 등 취재 경쟁을 벌였다. 중국의 파워블로거들인 이른바 ‘왕훙’(網紅·인터넷 스타를 뜻하는 말)들도 찾아 공연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리리’라는 왕훙이 생중계한 인터넷 채널은 1600만명이 시청하기도 했다고 한국문화원 측은 전했다.
이준식 관장은 개막식 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하이 등 중국 각지에 있는 우리 독립운동 및 임시정부 활동 유적지들이 중국 정부의 도움으로 많이 복원됐지만 아직도 찾지 못한 유적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상하이에는 임시정부 출범 전날 임시의정원이 밤샘 회의를 열었던 장소를 아직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또 당시 독립운동가 자녀들을 교육하던 초등학교 성격의 인성학교 외에 중등교육을 위해 설립된 3·1학교가 있었는데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이봉창·윤봉길 의사 등 한인애국단 요원들이 의거를 기획하면서 머물렀던 숙소도 두 곳 정도가 있었다”며 “한 곳은 이미 철거돼 도로가 됐고, 다른 한 곳은 아직 확정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당시 상하이 지역신문인 ‘시사신보’도 보였다. 이 관장은 “시사신보는 임시정부가 수립된 4월 11일 당일 이 사실을 세계 최초로 보도한 신문”이라며 “당시 중국이 임시정부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 상하이에선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 등 많은 행사가 열린다.
한국 내에서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관련 움직임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과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전시 서비스를 제공한다. 독립기념관에서는 105인의 민족운동가를 기념한 ‘105인 계단’과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 때 나온 부재(部材)들을 모은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 등 대표 야외기념물을 증강현실(AR)로 체험할 수 있다. 백범김구기념관에서는 관람객 움직임에 따라 임시정부청사 내부를 소개해주는 혼합현실(MR)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GS칼텍스는 백범 김구 선생의 서체를 본뜬 컴퓨터 글꼴(폰트)을 선보였다. 임시정부 주석을 맡아 독립운동을 이끌어 온 김구 선생의 친필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 ‘독립서체 백범김구’ 폰트를 제작했다. 11일에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백범 캠페인 영상도 공개할 예정이다. 영상은 백범의 증손자 김용만씨가 출연해 백범 서체를 활용해 증조할아버지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다.
상하이=노석철 특파원, 오주환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