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의 내면에 ‘작은 새’를 불러다 줄 책이다.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은 조류학자가 새로부터 얻은 삶의 지혜 22가지를 담은 에세이다. 새를 찾아 수백 번 여행한 프랑스 조류학자 필리프 J 뒤부아와 철학을 전공한 작가 엘리즈 루소의 공동 저작이다.
신기하고 다채로운 새의 생태를 통해 자연으로부터 유리되고 있는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들은 프롤로그에서 “조용히 묵묵히 살아가는 새들의 자연스러움, 가벼움 속에서 그들이 가진 철학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먼저 이 질문에 답해 보자. “오늘 날씨는 어떤가요?”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날씨’를 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기를 느끼지 못한 채 ‘자가용-사무실-집’으로 쳇바퀴 돌 듯 살고, 깨어있을 땐 컴퓨터 앞에 있거나 스마트폰만 쥐고 있어서 부드러운 바람이나 살갗을 어루만지는 햇빛을 감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봄, 제비를 찾아본다면 어떨까. 따듯한 나라로 돌아온 제비는 쉴 새 없이 지저귀고 부지런히 둥지를 짓는다. 새는 일출과 일몰 시각의 변화, 계절과 날씨가 달라지는 것에 따라 움직인다. 하루가 선사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저자는 새처럼 리듬을 갖기 위해 건조한 일상에 즐거운 습관을 심어두라고 조언한다. 평일 오전 11시의 커피 한 잔, 일요일 저녁의 영화 한 편과 같은.
이 책을 읽고 암탉이 ‘모래 목욕’을 즐긴다는 걸 알게 됐다. 마당에서 자라는 닭은 종종 밀가루처럼 부드럽고 고운 땅을 마구 뒹군다고 한다. 기쁨의 소리 “꼬꼬”를 내면서. 암탉에게 모래 목욕은 기생충을 제거하고 깃털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이다. 우리 인간은 할 일, 걱정 등에 마음이 온통 쏠려 암탉처럼 스트레스를 날릴 목욕을 하지 못한다. 저자는 암탉의 모래 목욕을 보면 ‘카르페 디엠’이란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암탉의 몰입에서 우리는 ‘현재’에 존재하라는 권유이자 ‘그날그날을 살라’는 철학을 배울 수 있다.
피레네산맥 고지의 어느 목장에서 소 한 마리가 죽었다. 까마귀 두세 마리가 부리로 고기를 뜯는다. 그러나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는 독수리가 나타나 먹이를 독차지한다. 잠시 후 더 강한 독수리가 나타나 먼저 온 독수리를 밀쳐낸다. 독수리가 다 떠난 뒤 까마귀들은 독수리가 풀어헤친 먹이를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관조할 수 있는 이는 권력으로부터 떨어진 사람이다. 계급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힘을 쏟은 수컷은 곧 다른 이에게 그 자리를 내줘야 한다. 저자는 위계의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그 질서에서 물러나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이 더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자유와 구속의 문제는 어떨까. 새장에 있는 카나리아를 위해 새장 문을 열어주면 카나리아는 잠시 새장을 벗어나지만 다시 새장으로 돌아온다. 갇히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퇴직처럼 예기치 않게 큰 자유를 누리게 될 때 그 자유는 공포와 불안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저자는 과잉보호된 아이들을 예로 들면서 자유과 길듦의 균형을 강조한다.
새끼를 번식할 때, 암컷 새가 주로 희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도요새처럼 수컷이 도맡는 경우도 있다. 멧비둘기 부부는 번식 과정에서 모든 임무를 나눠 한다. 알을 번갈아 품고 먹이도 함께 구한다. 멧비둘기 알과 새끼가 쉽게 포식자들의 공격에 희생되고, 둥지가 약해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새는 번식을 위한 최고의 방안으로 암수가 해야 할 일을 분담한다.
“우리가 새들에게 배워야 할 단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말할 것도 없이 나는 우리 삶을 자연과 다시 연결하고, 그리하여 다양한 감각과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 찬 삶을 사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는 새 이야기들이 고요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새 자체를 별로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생소할 수 있다. 동물을 의인화해 교훈을 주는 이솝 우화의 연장선으로 읽힐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중해 읽다 보면 어느새 주변의 새도 보이고 그 새가 가져다주는 마음의 평안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큰 주목을 받은 이 책은 전 세계 16개국에 출간됐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