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손학규… 유승민계 이어 안철수계도 퇴진 거론

입력 2019-04-10 20:07

손학규(사진) 바른미래당 대표의 고립무원 처지가 심화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바른정당 출신들이 당대표 사퇴를 촉구하며 지도부를 흔드는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 측에서도 손 대표 체제 회의론이 거론됐다. 창당 주역인 두 세력 모두에서 지도부 교체 주장이 분출하면서 5월 조기 전당대회론도 힘을 받고 있다.

안철수계 지역위원장 30여명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 모여 손 대표 거취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의원과 김도식 전 대표비서실장도 참석했다. 회동에서는 ‘손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 ‘4·3 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손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등 지도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당의 단합을 위해 안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해야 한다는 주장과 명분 없는 정계 복귀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 맞서기도 했다.

이 의원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보궐선거 후 당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안철수계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모인 자리였다”며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더 많은 여론 수렴을 거친 뒤 안 전 대표와 당 진로 문제에 대해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주변 인사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쇄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말했다. 지도부 총사퇴론을 공개 제기한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 3인(하태경·이준석·권은희)은 최고위원회의에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7명으로 구성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건 의결에 필요한 최소 인원은 4명이다. 손 대표는 정족수 미달로 최고위가 무력화되는 상황을 우려해 공석 상태인 지명직 최고위원 2인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손 대표는 ‘유승민 끌어안기’를 시도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그는 유 의원이 9일 연세대 강연에서 아무 변화 없는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거론하며 “아주 시의적절한 발언”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유 의원이 당의 큰 자산으로서 정치지도자다운 말을 해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