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내놓는 것을 골자로 한 자구계획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목표 수준의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감수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산은은 10일 “금호아시아나 측이 전날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을 제출했다”며 “자구계획 검토를 위해 채권단 회의를 개최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호 측은 자구계획에서 박 전 회장의 계열주 가계가 보유한 지주사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단 박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보유한 13만3900주(지분율 4.8%)를 새로 제공한다. 또 산은이 현재 금호타이어에 담보로 잡혀 있는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보유지분 42.7%도 담보 해지 시 아시아나항공을 위한 담보로 제출하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은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서(MOU)를 체결하고, 경영정상화 기간 3년간 이행여부를 평가받겠다고도 했다. 만약 부여된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M&A를 진행할 수 있으며, 금호 측은 이의제기 없이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 전 회장의 경영복귀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더불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자산을 포함한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해 지원자금을 상환하겠다며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그동안 금융 당국과 산은 등은 박 전 회장을 향해 “아시아나항공 매각까지 불사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대주주가 회사 부실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금호 측으로선 오너 일가 지주사 지분 전량과 함께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 가능성을 제시하며 ‘배수진’을 친 셈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박 전 회장 일가가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것은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회생을 위해 모든 걸 걸겠다는 의미”라며 산은과의 합의 및 그룹 정상화에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임을 강조했다. 그룹 경영권을 걸고 회생의지를 밝힌 만큼 사실상 가능한 모든 카드를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산은이 주도하는 채권단이 금호 측의 자구책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산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이렇다 할 판단이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자구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건희 양민철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