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논의 들끓는데… 문제는 ‘돈’

입력 2019-04-10 19:07

강원도 산불을 계기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여당은 지역별 소방 서비스 격차 해소, 인력과 장비 확충, 대형 재난 대응 용이 등을 이유로 국가직 전환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국가직 전환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재원 마련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 아직 논의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논의는 소방 업무의 주체를 국가로 볼 것인지, 지방정부로 볼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 과거 소방 업무는 지방정부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현행 지방자치법에서도 지역의 화재 예방과 진압 등 지방 소방에 관한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화재가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가가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지방자치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1991년에는 소방 사무 중 지방정부의 역할에 해당하는 자치 사무가 63.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가 사무는 15.4%, 공동 사무는 21.1%로 조사됐다. 하지만 2012년에는 국가 사무가 48.5%였고 공동 사무는 26.5%, 자치 사무는 25.0%에 불과했다.

정부·여당은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다고 본다. 또 현재 소방체계의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지역별 인력 격차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인력 수급 격차가 크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못한 충남과 충북의 경우 소방 인력 부족률은 각각 43.7%, 42.9%에 달했다. 반면 서울은 인력 부족률이 10.6%였다. 재정이 넉넉한 지방일수록 보다 안전하게 보호받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 예산을 소방 인력과 장비 확충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도 큰 기대효과다. 현재는 소방 관련 예산 4조8000억원 가운데 90% 정도를 지방 재원으로 채우고 있다. 지역별로 소방공무원의 처우나 장비 보유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강원도 산불처럼 대형 화재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보다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재원 확보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해 11월 관련 법안을 심사하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재원 마련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있었다. 또 국가직으로 전환하더라도 현장 지휘권이나 임용권 등 재량권을 시·도지사에게 부여하면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등 지방분권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여당에도 있다. 지난해 11월 법안심사소위가 열렸을 때 송언석 한국당 의원이 “큰 것을 하다 보면 중간에 뭔가 허점이 분명히 발생될 것”이라며 “잘 살펴봐야 된다”고 지적하자,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여기서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음으로써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더 이상) 법 시행을 계속 미루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현실적인 우려에 대해 부처 간 협의를 마쳤다면서 4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소방안전교부세율을 인상해 인건비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