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 나면 책임은? 일본은 운전자, 한국은 ‘규정 없음’

입력 2019-04-11 04:01

정부가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자율주행차 보험은 제자리걸음이다. 사고가 났을 때 배상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는지, 제조사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다. 관련법에는 자율주행에 대한 정의조차 없다. 상용화 진척 없이 관련 자동차보험 상품이 먼저 나오기는 어렵다. 내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같은 목표를 설정한 일본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일본은 지난해 사고 상황에 따른 배상책임 부담을 확정했다.

현재 자율주행차 관련 보험상품은 사실상 없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관련 보험은 현대해상과 삼성화재에서만 가입 가능하다. 이마저도 시험용 차량에 대한 보험이다.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드는 형태다. 자율주행 단계 중 ‘레벨3’(조건부 자동화)에 해당하는데, 주로 시험용 차량에만 적용된다. 서킷(자동차 경주로)이나 운동장에서 시험주행을 하다가 사고가 났을 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특약’을 추가하는 식이다. 자율주행 단계는 ‘레벨 0’(비자동화)부터 운전자 없이 운행이 가능한 ‘레벨5’(완전자동화)까지 나뉜다.

보험상품을 개발할 법적 근거가 없지는 않다. 지난 5일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자율차상용화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논의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다만 제도 정비가 더디기만 하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상법에는 자율주행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없다. 자율주행차에서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자동차보험과 생산물배상책임보험 가운데 어떤 보험으로 배상해야 하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자는 운전자에게, 후자는 제조사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만약 생산물배상책임보험으로 배상한다고 하면 자동차 제조사에서 반대가 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나라에선 어떨까. 일본은 지난해 4월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부담 방안을 확정했다. 원칙적으로는 운전자가 배상책임을 지되, 차량 시스템에 명백한 결함이 있으면 제조사가 책임을 지기로 했다. 외부 해킹에 따른 사고는 정부가 보상키로 했다. 제도 정비 이후 일본 손해보험회사들은 자율주행차 보험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영국도 자율주행차 사고를 운전자의 자동차보험으로 보상하는 쪽으로 지난해 법제화를 마쳤다.

한국에선 보험업계가 먼저 나서기도 어렵다. 보험요율을 산정해야 하는데 관련 통계가 없는 데다 상용화 이전이라 보험에 가입할 고객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부분 손해보험사들은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보험상품 개발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태다. B보험사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관련 법을 먼저 정비해야 상품이 나올 수 있다”며 “각 보험사와 연구원, 관련 기관은 해외 자료를 찾아보면서 흐름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