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에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 예상보다 더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국제기구들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앞다퉈 하향 조정하는 데다 한국의 수출·투자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 침체’ 위험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경 규모의 상한선은 7조원으로 그어졌다.
홍 부총리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종 대외 여건이 지난해 말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인식은 최근 국제기구가 내놓고 있는 비관적 전망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3%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에서 0.2% 포인트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기존 전망치보다 0.2% 포인트 내린 3.3%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로 추산했다. 여기에다 한국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과 설비투자 실적에서 ‘부진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나랏돈을 더 풀어 경기 하방 위험에 대응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현재 추경 편성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에는 별도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사업의 예산도 포함될 예정이다. 기재부는 수송·생활·산업 등 배출원별로 미세먼지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사업들을 검토하고 있다. 소방헬기 추가 도입, 산불 진압·예방인력 확충 등 산불재난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는 사업도 추경에 포함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검토 중인 사업과 동원 가능한 재원을 고려하면 추경 규모는 7조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홍 부총리는 지난 3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안과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현장에서 기업들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려 달라고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꼭 이뤄지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 역시 다음 해 최저임금을 오는 8월까지 고시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급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할 생각이다.
한편 홍 부총리는 이날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에 대한 고발을 취소했다. 신 전 사무관은 올 초 청와대가 기재부에 KT&G 사장 교체를 지시했고, 적자국채 발행을 압박했다고 폭로했었다. 기재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신 전 사무관을 고발했었다. 홍 부총리는 “신 전 사무관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소중한 청년이라 생각한다.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사회에 조속히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