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의 급여화로 불리는 ‘문재인케어’와 급속한 고령화로 건강보험 지출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그동안 부과하지 않던 금융·임대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노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노인외래정액제와 임플란트 등의 건강보험 적용연령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9일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이런 내용의 건강보험 재정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것이다. 2016년 법 개정으로 의무화했으며 이번이 첫 발표다.
정부는 2019~2023년 41조5800억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2017년 62.7%에서 2022년 70.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2017년 8월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서 제시한 비용에 약 6조4600억원을 추가했다.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재정 관리 필요성도 커졌다. 정부가 생각하는 적정 건강보험 기금 규모는 연 10조원이다. 지난해 기금이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정부는 연 10조원 기금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재정 확충 방안을 내놨다.
우선 보험료를 2007~2016년 평균 인상률인 3.2% 수준으로 해마다 꾸준히 올린다. 여기에 보험료 부과대상을 늘려 추가재원을 확보한다. 새롭게 보험료를 부과하는 대상은 연 2000만원 이하의 금융·임대소득이다. 주택임대소득은 올해부터 비과세에서 과세로 전환한다. 정부는 내년 11월부터 여기에 건보료를 부과한다. 2020년 말까지 임대주택을 등록하면 임대의무기간에 해당하는 보험료 인상분을 감면해 준다. 8년 임대 등록 시 80%, 4년 임대 등록 시 40%의 건보료가 면제된다.
연 2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과 고소득 프리랜서의 근로소득도 과세 대상에 편입된다. 정부는 효과적인 보험료 부과를 위해 국세청과 공조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일부 분야에서 건강보험 적용 연령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만 65세 이상 노인은 노인외래정액제로 의원급 병원에서 진료비가 일정 수준 이하면 정해진 진료비만 내고 있다. 1만5000원부터 2만원까지는 10%, 2만원부터 2만5000원까지는 20%, 2만5000원 이상은 30%의 진료비를 낸다. 복지부는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나이를 만 70세 이상으로 높여 대상자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밖에 사무장병원의 부당이득금과 고액 상습 체납자의 체납금을 환수하고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을 현행 20%에서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방안이 건강보험 기금 고갈을 막는 데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신규 보험료 부과 대상인 주택임대소득의 경우 이미 연 2000만원 이상에게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 2000만원 이하까지 편입한다 해도 그 수가 많지 않다.
직장가입자 중에서도 임대소득이 있으면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만 월급 이외 금융·임대소득이 3400만원 미만이면 부과대상에서 빠진다.3400만원이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서만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복지부는 1년에 걷히는 총 건강보험료에서 임대소득에 부과하는 건강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무장병원의 부당이득금 환수도 현재 10% 수준인 환수율을 봤을 때 재정 확충 방안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불법이 적발돼도 이미 재산을 빼돌려 환수할 재산이 없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 적용 연령 상향은 보장성 강화에 배치된다. 노인 임플란트 지원 대상은 2014년 만 75세 이상에서 2016년 만 65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정부는 그동안 적용연령을 낮춤으로써 보장성을 강화했는데 이를 다시 70세로 높이면 스스로 정책 방향을 부정하는 게 된다. 노인외래정액제와 관련해서도 이날 열린 공청회에서 “가뜩이나 노인빈곤율이 높은데 이것마저 축소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