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의 ‘행동’ 이끌어내야 북핵 돌파구 열린다

입력 2019-04-11 04:01
지난 2년간 북핵을 놓고 벌어진 상황은 롤러코스터를 닮았다. 북한과 미국이 전쟁이라도 할 것처럼 험악해졌다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평화적 해결을 향한 상승궤도에 올라섰는데 ‘하노이 노딜’ 사태로 다시 곤두박질쳤다. 급히 추진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는 북핵 협상을 안전한 궤도로 되돌리기 위한 행보이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롤러코스터는 관성을 견디지 못하고 더욱 빠르게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 북핵 외교는 줄곧 ‘톱다운’ 방식으로 견인돼온 터라 정상 간 소통 외에는 난관을 헤쳐 나갈 동력도 마땅치 않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 해결의 지난한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분수령이 됐다. 어느 때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해졌다.

북·미 정상의 하노이 회담에서 양측 입장 차이는 뚜렷하게 확인됐다. 미국은 ‘빅딜’이라 불리는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협상에 임했고, 북한은 그런 궁극적 지향점에 대한 확답을 준비하지 못한 채 협상장에 나왔다. 미국이 협상의 결과물일 북핵의 ‘최종 상태(end state)’를 중요시한 반면 북한은 그것을 위해 서로 주고받는 ‘로드맵’에 훨씬 큰 비중을 뒀다.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의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는 미국과 제재 완화를 비롯해 확실한 거래를 원하는 북한 사이에 서 있다. 지난해 무산될 뻔했던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으로 되살려낸 경험이 있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 양측의 카드가 구체적으로 노출된 터여서 어정쩡한 중재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기 쉽다. 이론적인 해법은 미국이 비핵화의 최종 상태를 확신할 수 있게, 북한이 안전한 거래라는 생각을 갖고 협상장에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일 테다. 이를 실현하려면 양측으로부터 각각 말뿐이 아닌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북한이 영변을 넘어서는 불가역적 비핵화 행동을 하도록, 미국이 반대급부를 행동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쉽지 않은 과제를 풀어내야 할 것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핵의 최종 상태와 로드맵의 필요성에 한·미 간 의견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인데,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끝낸다 해도 북한을 설득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도발은 자제하고 있지만 연일 ‘자력갱생’을 외치며 ‘새로운 길’이란 선택지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미→남북→한·미→북·미의 연쇄 정상회담을 추진해 북핵 협상을 복원하려 한다. 북한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일이 이 구상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