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여자들이 원하는 게 뭐지?” 남자들이 한 번쯤 던져봤음 직한, 여자들이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질문이다. 20세기 영국에서 활동한 소설가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저자는 1938년 영국의 한 여성 단체의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자가 여자로서 특별히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인간으로서 그들은 남자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원합니다.” 여자가 여자로서 무언가 원하는 게 있다고 보는 이 질문에 여자를 하나의 범주로 보는 관점을 꼬집는 말이었다.
책은 저자가 여성의 사회적 역할, 정체성에 관해 쓴 두 편의 페미니즘 에세이를 담았다. 기독교 페미니즘의 선구적 역할을 한 세이어즈는 짧은 두 편의 에세이를 통해 강력하고도 예리한 지적을 한다.
첫 번째 에세이 ‘여성은 인간인가?’에서는 모든 여성이 평범한 ‘인간’으로서 기호와 선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남성뿐 아니라 공격적 페미니즘도 이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의 권리는 ‘범주’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인간 보편에 대한 적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에세이 ‘인간이 아닌 인간’에서는 미러링 방식을 통해 남성이 차별의 대상이 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봄으로써 여성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이 인간 기만임을 고발한다. “자신이 남성성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평가받는다면 자기 인생이 얼마나 이상할지 생각해 본 남자는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43쪽)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