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권민정] 만원의 행복

입력 2019-04-12 03:59

아프리카 차드에서 NGO 활동을 하고 있는 분의 문자를 받았다. 몇 년 만에 찾아간 오지 마을의 펌프에서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사람들이 그 물을 물통에 받아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벅찼다는 것이다. 우물가에 있는 팻말을 보니 7년 전에 판 우물인데 거기에서 우리 교회 이름을 보고 반가워 문자를 보냈다. 한동안 아프리카 우물 파주기 사업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기울이던 때가 있었다. 한 개 파는 데 300만원 드는데, 적지 않은 돈이지만 그 돈이면 어린아이들이 물 항아리를 이고 한두 시간씩 걷지 않아도, 더러운 웅덩이 물을 먹지 않아도 되는 의미 있는 사업이었다. 사업에 동참하면서도 10년 동안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처음 팠을 때와 같이 깨끗한 물을 25년은 풍족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니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북쪽 접경지역 아이들은 지금도 식량 배급이 잘 되지 않아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다. 월 1만원을 후원하면 두 명의 아이에게 한 달 동안 매일 빵 하나와 두유 한 팩을 제공할 수 있다. “빵과 두유 배달 차량이 들어서면 엔진소리를 들었는지 저만치에서 우르르 달려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겨울 칼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중 나와 빵 하나, 두유 한잔을 먹을 기대감에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는 코흘리개들의 행복한 얼굴을 볼 때면 코끝이 찡해옵니다.” 북한 어린이의 마음을 담아 현지 일꾼들이 교회에 보내 온 감사 편지다. 교회 성도들과 북한의 2000명의 아이들이 결연되어 소중한 양식이 제공되었다. 그 덕에 굶주린 아이들이 즐거워한다니 후원한 우리도 덩달아 기쁘다. 1만원으로 얻을 수 있는 큰 행복이다.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기 위해서, 또 북한 어린이에게 빵과 두유 한잔을 주기 위해서 쓰는 돈은 단순한 돈이 아니다. 돈만 보내는 게 아니라 사랑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돈을 보낼 때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위해 또 북한의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게 되는데 그들은 기도로 이어진 가까운 내 이웃, 형제가 된다.

우리 지구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고자 활동하는 단체가 있다. 그곳에 월 2만원씩 후원하게 된 한 초등학생의 부모는 자녀의 변화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렇게 전기 좀 끄고 다니라고 말할 때는 안 듣더니 요즘은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지구를 살려야 된다며 불을 끕니다.” 북극곰과 우리나라 토종돌고래 상괭이가 멸종될까 걱정하고 친구들이 장난으로 곤충을 못살게 괴롭힐 때 곤충도 아픔을 아는 생명이라며 말렸다고 한다. 후원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지구와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는 아이가 된 것이다.

작년 우리나라 기부 실적은 저조했다. 세계기부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46개국 중 60위에 그쳤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0.7%로 1위였다. 내가 낸 기부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우리나라에도 기부단체의 투명성을 분석하는 공익법인이 생겨 그 사이트에서 검색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안에 선한 천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가 따뜻한 방에서 자고 있을 때 누군가 추운 곳에서 울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 그런 선한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 요즘 들어 많이 생겼다. 누군가를 도우면서도 이것이 혹시 어리석게도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선을 가장한 악행에 관한 소식을 접할 때는 남을 도우려던 마음은 더욱 냉담해진다. 그러나 갈라디아서 6장 9절은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고 했다. 선한 일을 하다가 상처를 입었어도 위로가 되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주시는 말씀이다.

권민정(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