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헌] 교통사고 예방 위한 사전 조치 필요

입력 2019-04-11 04:04

건강검진의 목적은 질병을 조기에 진단, 치료해 병이 악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물론 검진은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결과적으로 차후 치료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검진은 무엇보다 죽음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가장 근본적인 예방조치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연구 대상자 26만명의 지난 7년간(2003∼2009년) 사망자는 1만2300여명으로, 그 가운데 건강검진 수검자는 2690여명, 비수검자는 9600여명으로 조사됐다. 비수검군의 사망자가 수검군의 6배를 넘었다는 통계다. 건강검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교통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후적 조치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 등 가장 안전해야 할 보금자리에서의 사망사고 증가세는 우리가 얼마나 예방에 허술한지 말해준다. 최근 3년(2015∼2017년) 동안 아파트 단지 내 도로 등 일반도로 외 교통사고는 77만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5.6%를 차지한다. 일반도로의 경우 같은 기간 9.6%의 사망자 수 감소 추세를 보였다. 반면 도로 외 구역의 사망자 수는 2.9% 증가세다. 안전하게 보금자리를 걸어다닐 수 있는 환경, 즉 사전적 조치가 절실하다.

교통안전공단에서는 도로 외 구역에서 보행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무상점검 서비스 제공과 함께 관련 근거 마련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통안전 무상점검 서비스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 대해 보행 환경, 도로 및 교통안전시설 등을 점검해 교통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도출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올해의 경우 120개 단지를 대상으로 무상점검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무상점검 서비스와 제도 개선만으로는 전국 1만5000개 이상의 아파트 단지 내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다. 이를 위한 장치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요구된다. 설계 단계부터 준공 이후 거주 중인 아파트 단지까지 모든 단계에서 안전한 교통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주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제도 개선과 교통안전 무상 점검을 통해 교통사고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의 의식이다. 차를 이용할 때는 운전자이지만 차량 앞에 서 있는 보행자가 내 가족이고, 나 자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태헌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