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강원도 산불과 관련해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를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도 KBS의 산불 관련 보도가 부실했다며 양승동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산불을 계기로 재난방송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가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재난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국민과 재난 지역 주민이 취해야 할 행동요령을 상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논란이 되고 있는 KBS의 산불 특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KBS는 산불 화재가 한창이던 지난 4일 오후 11시5분부터 정규 프로그램인 ‘오늘밤 김제동’을 방영했다. 소방청은 오후 9시44분부터 소방대응 최고단계인 3단계를 발령한 상황이었다.
한국당은 KBS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재난 주관 방송사로 역할을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문제를 따져 물을 것은 물론이고, 공정성이 의심되는 프로그램에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KBS를 항의방문했지만 양 사장 측의 거부로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등 처우 개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소방인력과 장비 등에 대한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해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정치적 쟁점이 크지 않은 만큼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 올해 7월부터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헬기를 확보하는 것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뒤로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며 장비 확충 검토도 지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소방관의 국가직화는 대규모 화재의 조기 진압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행안위에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두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당은 “국가직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지난해 법안 논의 당시)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기획재정부의 의견 조율이 미흡했고 업무 역할 배분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진복 한국당 의원은 “중앙직이 아니라서 불을 끄지 못하냐”고 발언하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화재 대응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빗대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온 것은 화재 발생 5시간 후”라면서 “(박 전 대통령의) 7시간을 초 단위로 알리라고 난리 치던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강원도 산불과 관련, 한국전력공사의 과실 가능성에 대해 “한전의 과실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전의 책임이 있다고 나오면 정부는 가만히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전 책임이 규명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