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의 불똥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까지 튀었다. 야당 의원들은 “어차피 임명할 것이면 청문회는 뭐하러 하느냐”며 무용론을 제기했고, 여당 쪽이 이에 반박하면서 청문회는 처음부터 파행으로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이게 청와대냐”며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청문회장은 시작부터 ‘청와대 성토장’으로 변질됐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청문회를 하면 뭐하냐. 어떤 의혹이 제기돼도 문 후보자를 임명할 것 아닌가”라며 “문 후보자는 후보자가 아니라 이미 헌법재판관”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도 “인사청문회의 필요성이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청문회를 하나 안 하나 임명하는 건 똑같다”며 “문재인정부 5년 임기 동안 얼마나 청문회가 파행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장관 임명과 별개로 문 후보자 청문회를 정상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장관 임명 강행) 문제가 국회 운영을 중단시키거나 변경시킬 만한 사안은 아니다.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우리는 대통령 책임제인데, 대통령 책임제의 핵심은 대통령이 내각 구성을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도 “문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의 다양성에 얼마나 기여 혹은 저해할 것인지 치열하게 질문도 하고 후보자 본인의 답변을 들으면서 국민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헌법재판관 결원이 있고 결정할 중요한 사안이 많은 만큼 빨리 청문회를 진행해 국민께 후보자의 됨됨이를 있는 그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은 문 후보자의 선서도 듣기 전에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가면서 청문회는 시작 1시간여 만에 정회되기도 했다.
오후에 가까스로 재개된 청문회는 문 후보자의 이념 검증에 집중됐다. 문 후보자는 우리법연구회 회장 이력 등에 대해 “특정 정치 이념을 추구하기 위해 단체에 가입한 게 아니다”며 “지방에 살다 보면 (법관으로서) 나태와 독선에 빠지기 쉽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들어갔다”고 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문 후보자 등 2명이 임명되면 진보 5명, 보수 3명, 중도 1명으로 헌재가 구성된다. 진보의 비중이 너무 높지 않으냐”고 묻자 “우리 사회에 진보와 보수를 가를 만한 잣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당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을 규탄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게 나라냐’며 집권한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이것이 청와대냐”라며 “정부의 인사검증 실패를 비롯해 청문회 패싱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조국 민정수석 경질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