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때 17명·朴정부 때 10명 ‘청문보고서 패싱’ 있었다

입력 2019-04-10 04:03
나경원(앞줄 오른쪽 세 번째)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장관 인사 부실 검증 등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연철 통일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야당에서는 ‘인사청문 무용론’이나 인사검증 책임이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에도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 임명을 강행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적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가 인사청문회 도입 20년이 다 되도록 후보자 검증이라는 청문회 본래 취지보다는 소모적 정쟁만 벌여 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민일보가 9일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명박정부에서는 17명, 박근혜정부에서도 10명의 고위 공직자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장을 받았다. 특히 대다수 인사들이 청문 당시 도덕성 논란으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른바 ‘삼성 떡값’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의 강한 반발이 나왔음에도 임명장을 받았다. 같은 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청문 과정에서 전문성 부족과 부실한 답변으로 여당 내에서조차 장관 자질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임명됐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2016년 청문 과정에서 음주운전 전력 등으로 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지만 임명장을 받았다.

이명박정부 때는 후보자들의 도덕성 시비가 더 뜨거웠다.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아들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양도세 탈루 의혹에 휘말렸던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 임명이 강행됐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자녀의 병역기피와 논문 표절 문제,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고,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해서는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사돈이 운영하는 기업의 국고보조금 수령 논란 등이 제기됐지만 이들 모두 야당 반발 속에 임명장을 받았다.

야당이 제기하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부실 문제도 과거 정부 때부터 계속 지적돼 온 사안이다. 다만 현 여권이 야당 시절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해온 상황에서 문재인정부 집권 2년 만에 박근혜정부 때보다 많은 13명의 고위 공직자가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됐다는 점은 여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야권에서는 뒤늦게 인사청문 기간 연장과 공직 후보자의 허위 진술을 처벌하는 내용의 제도적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극단적 정쟁을 계속하는 정치문화를 바꾸지 못하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여야가 청문회에서 한 건을 잡으면 계속 물고 늘어지려는 행태를 반복하면서 정책 역량 검증이라는 청문회의 기본 취지가 퇴색됐다. 결국 여야 간 협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어느 정권이든 일관성 있게 적용할 후보자 검증 기준을 만들고,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만 활용하지 않도록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