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원하는 아이돌보미로부터 학대받은 피해아동의 부모가 “CCTV에서 부당함을 발견해도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말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국회에서 9일 열린 ‘정부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사건’ 토론회에 참석한 피해아동 어머니 정모(26)씨는 “집에 CCTV를 설치했고 이를 센터에도 알렸기 때문에 돌보미도 알고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CCTV를 계속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돌보미도 우리가 (CCTV를) 안볼 거라 생각하고 학대를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영상으로 알려진 학대는 돌보미가 아이의 따귀를 때리는 행위지만 처음 본 학대 장면은 젖병으로 아이의 입을 틀어막는 것이었다. 피해아동의 아버지 정용주씨는 “아내가 CCTV를 켜놓고 일하던 중 돌보미가 아이에게 ‘먹으라고’라며 소리지르는 걸 우연히 듣고 영상을 뒤지기 시작했다”며 “가까운 날짜부터 확인하던 중 따귀 맞는 장면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물리적 학대를 발견해 공론화했지만 이전에도 CCTV에서 아이가 부당한 대우를 받은 걸 알았다고 한다. 아버지 정씨는 “CCTV를 통해 일지에 적힌 낮잠 시간보다 실제 낮잠 시간이 훨씬 더 길다는 걸 확인했지만 이를 돌보미에게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돌보미가 자신이 감시당한다는 생각에 아이를 해코지할까봐 두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가 밤에 잠을 잘 안 잔다’고 돌려 말했더니 일지에 적힌 낮잠 시간이 더 줄었다”며 “아이의 잠버릇이 나쁜 게 아니고 침실에 지나치게 오래 가둬놓은 게 문제였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났다”고 했다.
정씨는 “부모들이 대부분 돌보미를 배려해 CCTV를 설치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돌보미의 학대를 발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돌보미가 6년간 40여명의 아이를 돌봤다는데 손찌검이 한 번도 없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점이 무서워 세상에 알리게 됐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돌보미 활동이력에 대한 정보공개 부분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찾은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어제부터 돌보미의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받기 시작했고 실제 신고가 들어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