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압수수색 당한 경찰… 속 끓일 일만은 아니다

입력 2019-04-10 04:02
이사야 사회부 기자

경찰이 검찰에 연일 안방을 내주며 굴욕을 당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하고 경찰청 정보국이 생산한 각종 보고 문건 등을 확보했다. 정보 경찰의 불법사찰·정치관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찰청을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이어 세 번째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경찰청 정보국이 정치인 등을 불법사찰하거나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날 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의 정보 경찰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나온 이른바 영포빌딩 문건에서 출발해 박근혜정부 정보 경찰의 직권남용 의혹으로 확대됐다. 검찰은 경찰청 정보국 소속 전·현직 관계자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경찰 내부에선 ‘지나치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만이 국내 정보 수집활동을 할 수 있는 가운데 검찰이 경찰의 불법사찰 의혹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검찰이 영포빌딩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정보 경찰 문건을 놓고 경찰도 수사단을 꾸려 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권 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이 경찰의 흠을 강조하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학의 전 차관 수사와 관련해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당시 경찰의 증거누락 의혹을 발표하고 최근 몇 차례 경찰청 압수수색을 실시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는 ‘검찰이 야속하다’며 속을 끓일 일만은 아니다. 경찰은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정부의 적폐청산 기류에 편승해 자체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법사찰 등 조직 구성원이 과거 저지른 위법행위를 적극적으로 청산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검찰에 빌미를 제공했다.

경찰은 최근 ‘버닝썬 사태’ 관련 경찰 유착 의혹 수사가 답보 상태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경찰이 신뢰를 회복하고 수사권 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면 지금이라도 뼈를 깎는 마음으로 조직의 허물을 과감히 밝히는 게 우선이다.

이사야 사회부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