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31)] 나동주 베를린 선교사

입력 2019-04-10 00:02
나동주 선교사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통일에 대비한 인재를 육성하는 ‘하심’의 사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실적인 제약이 많은 한국보다 북한과의 교류나 소통이 자유로운 해외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있다. 나동주(52) 선교사는 독일 베를린에 사단법인 ‘하심(Hasim)’을 설립, 통일에 대비해 다음세대를 키우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최근 만난 나 선교사는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가 2년 전 낸 책에서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통일을 결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쓴 것을 봤다”며 “정치나 경제가 아니라 통일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했다는 그의 말대로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 북일교회에서 평범한 목회를 하던 나 선교사는 2011년 새벽예배 중 북한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느꼈다. 처음엔 자신의 길이 아닌 것 같아 고민했지만 기도와 고민 끝에 재정적 문제로 가족을 남겨두고 혼자 베를린행을 택했다. 초기 정착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뒤 2015년 ‘하나님의 심부름꾼’이라는 의미의 ‘하심’을 세웠다. 독일은 북한과의 교류나 탈북자와의 접촉 등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북향민이라 부르는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사역도 시작했다.

한 발 떨어져 바라본 한국의 통일 준비 상황은 어떨까. 그는 “하나님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 일하시기 때문에 한반도 통일에 가장 중요한 건 사람, 곧 통일의 다음세대”라며 “한국교회가 이들을 어떻게 세울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이걸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4년 전 세운 하심을 통해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다음세대를 키우는 일이다. 그 첫 번째 사업이 베를린 통일비전 캠프다. 독일은 베를린 장벽을 비롯해 동독과 서독의 분단과 통일의 역사적인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학습장이다.

나 선교사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통일된 독일을 보여주고, 미래의 한반도 통일을 꿈꾸고 준비할 수 있는 세대로 살아가게 하려고 통일비전 캠프를 진행한다”며 “올해도 7월 5~12일 7박8일 일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는 독일의 통일 전문가들과 교육자들을 초청해 직접 이야기를 듣고 독일 통일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나 선교사는 “한동대 학생 등 한국의 젊은이들이 캠프에서 현장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작은 일부터 결단해서 시작하겠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장학금을 마련, 탈북자 2명이 독일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나 선교사는 “북한도 경험하고 남한도 경험한 이들이 독일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그들의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한반도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1년에 두 차례 독일과 스위스 목회자들과 통일 기도 모임도 한다. 지난 2월 23일에는 독일에 있는 음악인들과 한국인들이 모여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 한반도 평화 음악회’도 개최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일 인재를 키우는 것과 더불어 기도하는 것”이라며 “기도할 때 하나님이 역사하신다”고 말했다.

베를린=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