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의 정규군사조직인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결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적성국 정규군사조직 전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란의 테러조직 지원을 차단하는 동시에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하고 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행동은 다른 정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IRGC와 거래를 하거나 지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무부가 주도한 이번 전례 없는 조치는 이란이 테러지원국일 뿐만 아니라 IRGC가 테러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재정을 지원했으며 테러를 국정운영의 도구로 삼았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미 검찰은 IRGC와 접촉하거나 물질적 지원을 하는 개인과 기관을 기소할 수 있게 됐다. 미 의회가 조치 내용을 검토한 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오는 15일부터 정식 발효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브리핑에서 “세계 각지의 기업과 은행들은 이제부터 IRGC와 어떤 방법으로도 금융거래를 수행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확실히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 조치에 즉각 반발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는 “미국의 불법적인 조치는 지역과 국제적 안정과 평화를 흔드는 중대한 위협”이라며 중동에 주둔하는 미국 중부사령부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IRGC를 통해 시아파 테러조직을 지원한 것을 문제 삼았다. IRGC는 미 국무부가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무기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알사비를 지휘해 시리아 내전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나섰다.
미국은 이번 조치로 이란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RGC는 운송, 건설, 농업, 제조업 등 각 산업 분야에 관여하고 있다. 자회사 하탐 알안비야는 석유와 가스 사업은 물론 도로 건설, 통신망 운영 등의 사업을 독점한다. 고용 직원만 13만명에 달할 정도로 이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하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해 일부 사업을 민영화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IRGC는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친미 왕정을 축출하면서 탄생했다. 대통령이 지휘하는 정규군과 달리 최고 종교지도자의 지휘를 받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무하마드 알리 지파리를 총사령관으로 약 15만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