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5월 23~26일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 마감 시한(4월 12일)이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사실상 통과가 어려워지자 브렉시트 시점을 장기간 미루는 수순으로 분석된다.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영국 국무조정실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기 위한 행정입법 등 관련 조치를 밟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무조정실 대변인은 “영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돼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희망한다”면서 “하지만 책임 있는 정부로서 영국이 선거에 참여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럽의회 선거는 비례대표제로 시행된다. 영국의 경우 유권자들이 뽑은 정당에서 스스로 후보자를 선출한다. 집권 보수당 등 영국 정당은 당원들에게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희망할 경우 오는 24일까지 등록을 마치라고 공지했다.
영국 상원은 이날 하원에서 올려보낸 이베트 쿠퍼 노동당 의원의 브렉시트 추가 연기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은 바로 왕실 재가를 거쳐 정식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법안에는 테리사 메이(사진) 총리가 4월 12일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브렉시트 시기를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인 연장 기간은 하원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쿠퍼 의원의 법안은 얼마 전 한 표 차이로 하원을 통과한 바 있다.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거듭 부결되자 EU는 브렉시트 날짜를 당초 예정됐던 지난 3월 29일에서 5월 22일로 미뤘다. 동시에 EU는 4월 12일까지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날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하거나,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장기 연기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메이 총리는 최근 EU 측에 6월 30일로 브렉시트의 짧은 추가 연장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브렉시트 시한을 1년(내년 3월 31일까지)연장하되, 합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승인되면 1년이 되지 않아도 곧바로 탈퇴할 수 있는 옵션을 넣은 ‘탄력적 연기’ 방안을 회원국들에 제시한 상태다. EU 27개 회원국은 브뤼셀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정상회의에 앞서 프랑스와 독일을 잇따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EU 리더 격인 두 정상이 브렉시트 단기 연기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유럽의회 선거 참여 소식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보수당 내에서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 경우 우리 의석 수가 지금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비관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