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경찰,미성년자 조사시 보호자 연락에 주의 기울여야”

입력 2019-04-09 19:04

지난해 고3 학생이 보호자 없이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9일 경찰청장에 “미성년자 조사 시 보호자 연락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세부 지침을 마련해 사건 처리 진행 상황을 통지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충남의 한 경찰서는 지난해 3월 슈퍼마켓에서 담배 4갑을 훔쳐 절도 혐의를 받은 고등학교 3학년 A군을 조사했다.

경찰은 A군에게서 수신자가 ‘엄마’로 표시된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A군이 혼자 조사받아도 되는지’를 물었다. 상대가 이에 동의하자 부모를 동석시키지 않고 조사를 진행했다.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때도 A군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다. 조사 전 통화 상대가 중년 여성의 목소리를 흉내 낸 A군의 여자친구라는 사실은 그가 숨진 뒤 알았다.

A군의 아버지는 장례를 치르는 동안 아들의 친구들에게 “A군이 한 번의 실수로 부모와 선생님께 죄송해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미성년자를 조사하면서 보호자에게 연락하거나 동석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은 “부모와 연락 과정에서 친부모가 맞는지 세심히 확인했어야 하나 처음부터 보호자를 배제할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사건 이후 경찰은 담당 경찰관들을 견책으로 징계조치하고 ‘인권보호 향상방안 종합추진대책’과 ‘소년범 수사 매뉴얼’을 내려보냈다.

인권위는 “경찰관은 실제 부모가 맞는지 통화 시 좀 더 확인했어야 하고 어머니 동석이 어렵다고 하면 아버지에게도 연락을 시도해보거나 학교 교사 등 조력자를 찾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 처리 진행 상황을 미성년자 본인을 포함해 보호자에게도 통지하는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