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해임 반대 시위에 경찰 투입, 과도한 공권력 행사”

입력 2019-04-09 19:04
지난 2008년 8월8일 오전 여의도 KBS 본관 제1회의실에서 정연주 사장의 해임 제청에 대한 KBS 이사들의 임시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들이 노조원을 뚫고 1층 검문검색 게이트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뉴시스DB

2008년 정연주 당시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해임에 반대하는 시민과 직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언론사에 경찰력을 투입한 것은 과도한 공권력 행사였다는 진상조사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과거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던 ‘KBS 공권력 투입 사건’을 지난 3개월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2008년 8월 경찰은 ‘정 사장 해임 제청안 의결을 위한 임시이사회’ 전날과 당일 KBS 건물 내부와 외부에 경찰력을 배치한 후 전국언론노조와 언론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연행했었다. KBS 노조는 언론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며 조사위에 진정을 넣었다.

조사 결과 당시 경찰이 임시이사회 전날 열린 촛불집회를 대비하기 위해 배치했던 경비 병력을 다음 날 해산시키지 않고 오히려 더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위는 “임시이사회 당일은 전날과 달리 이미 수십명의 경찰이 KBS 내부에 있었는데도 무려 7대 중대 규모의 사복 경찰관 기동대가 추가 투입됐다”며 “경찰력 행사의 기준이 되는 최소 침해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복 경찰관들이 유재천 당시 이사장이 신변보호요청을 하기도 전에 건물 내부에 진입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찰은 과잉 진압 논란이 일자 ‘유 이사장의 신변보호요청을 받고 출동했다’고 해명했었다.

조사위는 언론기관에 경찰력이 자의적으로 투입되지 않도록 명확하고 객관적인 경찰력 투입 절차를 마련하라고 경찰에 권고했다. 또 경찰력 행사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관들은 원칙적으로 제복을 착용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도 경찰 신분을 보여주는 증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