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릉군이 공석인 울릉보건의료원 원장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9일 울릉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6일 전임 보건의료원장의 5년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신임 원장 공모에 나섰으나 후임자를 아직 구하지 못하고 있다.
군은 지난해 9월부터 신임 의료원장 모집에 들어갔지만 4차 모집 공모까지 지원자가 없었다. 그나마 5차 공모 때는 2명이 지원했지만, 면접을 앞두고 응시 의사를 철회했다. 이로 인해 군민들의 의료공백은 물론 공중보건의사들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군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6번째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자를 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료원의 황순애 원무과장은 “당장 진료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직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원장 임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울릉도의 유일한 의료기관인 보건의료원의 원장 공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2002년에도 의료원장을 구하지 못해 20여개월간 공석이 이어졌다.
이처럼 원장 채용이 힘든 이유는 도서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적은 급여, 교육·문화·생활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구정희 의료원 보건사업과장은 “지원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은 울릉도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고 열악한 근무여건, 낮은 보수 등과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울릉보건의료원장은 개방형직위(4급 대우)로 지방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1억여원의 연봉을 받지만 도시 지역의 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나 개원한 의사들의 급여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젊은 의사들보다 말년을 편하게 보내고자 하는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원장 부재 외에도 울릉도의 의료공백은 심각한 수준이다. 울릉도엔 현재 한의원이 1곳, 치과도 1곳 뿐이다. 공보의 21명이 근무 중이지만 간단한 수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주민들은 육지에 있는 병원을 선호하고 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여객선을 이용해 육지 병원으로 이송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엔 헬기와 해군 함정을 이용한다. 올해 들어 이날 현재 총 25회, 28명의 응급환자가 여객선(14회·16명)과 헬기(9회·10명), 해군함정(2회·2명)을 이용했다. 지난해는 총 164회, 185명의 응급환자가 육지 병원을 찾았다.
울릉도 주민 배상용(54)씨는 “의료장비 등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어 유명무실하다”며 “실력 있는 의료진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육지로 이송하는 방법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연봉 1억, 울릉도 일할 의사 구합니다”, 보건의료원장 5차 공모도 실패
입력 2019-04-1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