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이 9일 고등학교 무상교육 시행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올해 2학기 고 3학년부터 시작해 내년엔 2학년으로 확대하고 2021년엔 1~3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등을 지원하는 데 학생 1명이 있는 가구의 부담이 연평균 158만원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교육비 부담을 느껴온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무상교육 확대는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만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걸 감안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하지만 마냥 반기기에는 꺼림칙하다. 재원 조달 방안이 불확실해서다. 교육부가 추산한 소요액은 올 하반기 3856억원이고 내년에는 1조3882억원, 2021년에는 1조9951억원이다. 당정청은 올해 소요액은 시·도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편성하고 내년부터 2024년까지는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소요액의 50%씩(연 9466억원)을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교육감들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국가가 책임지고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2013년 4월 정부와 교육청이 재원 조달 책임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시행 계획을 발표한 것도 문제다. 상반기에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여야 모두 무상교육 확대에 공감한다지만 입법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불거질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행 시기를 당초 2020년에서 올 하반기로 6개월 앞당겼다. 교육부는 내국세의 20.46%인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21.33%로 인상해 재원을 충당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기획재정부가 이에 부정적이어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교육청은 셈법이 다를 수도 있다. 교육현장에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안정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관련 주체들 간 이견을 꼼꼼히 조율하고 관련 법 개정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사설] 고교 무상교육 시행, 안정적 재원 조달 방안 서둘러야
입력 2019-04-1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