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비싼 대학일수록 ‘흙수저 학생’ 비중 낮다

입력 2019-04-09 18:53 수정 2019-04-10 10:17

등록금이 비싼 대학일수록 저소득층 학생 비중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싸고 입학성적이 우수한 국립대를 빼고 살펴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학자금 지원정책이 실시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일부 계층에는 등록금이 대학 선택의 큰 고려 사항이 되는 셈이다. 소득 불평등이 학력과 임금 격차로 이어지는 사회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삼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등록금 수준과 저소득층 학생 비중’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연구의 단초는 “등록금이 학생의 대학 선택에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이 교수는 2014~2016년 한국장학재단의 장학금 신청 자료를 확보해 대학별 저소득층(소득 1분위와 2분위) 학생 비중을 구했다. 이어 이를 5개 구간(5분위)으로 나눈 399개 대학의 등록금 수준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대학 등록금과 저소득층 학생 비중 사이에는 ‘음의 상관관계’가 발견됐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저소득층 학생 비중은 5분위(3년간 연평균 등록금 813만5000원) 대학에서는 17.4%에 불과했지만 4분위(729만7000원) 22.6%, 3분위(673만6000원) 25.9%, 2분위(540만원) 28.7%로 등록금이 줄어들수록 점점 커졌다. 1분위(299만9000원) 대학에서의 비중은 23.7%였다.

전문대에서도 저소득층 학생 비중은 5분위(661만9000원) 대학에서 29.8%였지만 2분위(501만2000원) 34.0%, 1분위(226만1000원) 33.6%로 높아졌다. 등록금이 가장 싼 1분위 대학에서 2분위 대학보다 저소득층 비중이 낮아지는 현상은 국립대와 과학기술원 등의 영향으로 파악됐다.

이 교수는 1인당 교육비, 교원 1인당 학생 수, 교원 논문실적 등을 변수에 추가해 분석했다. 등록금뿐만이 아닌 전반적인 대학 교육여건과 저소득층 학생 비중을 살펴보려는 의도였다. 이 연구에서도 각종 교육여건이 우수한 대학일수록 저소득층 학생 비중이 감소했다. 이 교수는 “대학 진학 이전의 성취도에서 상대적으로 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저소득층이 교육 여건이 좋은 대학에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국립대를 빼고 볼 때) 등록금이 약 150만원 증가하면 저소득층 학생 비중은 4.7% 포인트 감소한다”고 밝혔다. 학업 성취도를 통제하더라도 소득과 사회적 배경이 고등교육 진학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연구 결과는 앞서 여러 차례 있었다. 이를 고려할 때 “교육기관 선택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는 장학금 지원 범위의 확대는 일정한 정당성을 갖는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 논문은 ‘한국경제연구’ 3월호에 실려 공개됐다. 현재 연구년으로 미국에 있는 이 교수는 9일 “대학 선택에 있어 등록금이 학생들의 고려사항이 된다는 게 잠정적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전체적인 등록금 방향이 어떻게 돼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의견은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