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등 5개 부처 장관을 임명했다. 4월 임시국회 첫날, 야당의 반발로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박 장관과 김 장관까지 임명을 강행하면서 정국이 급격히 경색될 전망이다. 인사 여파로 추가경정예산 처리와 노동 관련 입법, 선거제도 개편 등 현안 처리에 진통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아주 험난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겪은 만큼 행정 능력, 정책 능력을 잘 보여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에게 “평소 의정활동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활동을 많이 했고, 실제로 관련 입법에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다”고 격려했다. 김 장관에게는 “평생 동안 남북 관계, 통일 정책을 연구해 왔고 과거에도 남북 협상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두 장관 외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임명장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에서 우여곡절을 겪었고,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된 장관들도 계셔서 언론에서 말씀을 듣고 싶어 한다”며 각 장관의 인사말을 제안했다. 김 장관은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 내부의 다양한 의견 차이가 있다”며 “차이가 화합이 될 수 있도록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박영선 장관도 “이른바 ‘9988’이라는 말처럼 기업·사업체의 99%, 근로자의 88%를 맡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든든한 친구이자 버팀목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두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면서 문재인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10명으로 늘었다.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독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전면전 파국”이라며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한국당은 9일 청와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장관 인사 강행을 규탄할 예정이다.
민경욱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에 국민은 없었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과 자질도 없는 사람들이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장관직에 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측은하고 가련할 정도”라고도 했다.
다만 한국당은 아직 국회 의사일정 전면 거부 카드까지는 꺼내지 않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꼭 국회를 파행시키는 것으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다”며 “문 대통령께서 임명 안할 이유가 없다, 임명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하셨는데 저희가 보기에는 임명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야당도 비판을 쏟아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박영선·김연철) 두 후보자 임명 강행, 국민 불행이 시작됐다”며 “민정수석·인사수석 경질까지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국민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청와대가 오기 인사 ‘끝판왕’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두 장관 임명의 불가피함은 이해된다”면서도 “다만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이 열 번째가 됐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철저한 인사검증 시스템 보완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장관 임명을 환영하면서 “국회가 정쟁이 아닌 행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조율했지만 성과 없이 돌아섰다.
임성수 강준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