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사퇴 요구는 거세지고… 孫 “내가 그만두면 누가 하나”

입력 2019-04-09 04:01

손학규(사진) 바른미래당 대표가 8일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제기되는 지도부 사퇴론에 대해 “지금 (내가) 그만두면 누가 대표를 할 것인가”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당 최고위원회의에 최고위원들 전원이 불참하는 등 바른미래당은 위로부터 와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일각에서 지도부 재신임을 위한 전당원 투표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학규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저를 비롯해 언론도 다 알고 있다”며 “어떻게 자유한국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당세를 모아 다시 (한국당과) 통합하겠다는 얘기를 하나.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당내에서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계가 당 주도권을 쥔 뒤 한국당 등 보수 진영과의 통합 내지 연대를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자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바른정당계인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권은희(광주 광산을) 정책위의장과 김수민 전국청년위원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헌·당규상 최고위원회의 구성원 중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2명만 참석한 것이다.

최고위원 3명은 앞서 지난 5일 손 대표의 사퇴 혹은 재신임 투표를 촉구했다. 요구를 거절하면 최고위를 보이콧하겠다는 공감대도 이뤘다. 하 최고위원은 회의 직전 손 대표를 만나 “당이 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것을 인정하고, 위기 타개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바른미래당의 현 모습이 2011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무너질 때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소속 의원 수행비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최대 위기에 몰렸다. 이후 9명의 최고위원회의 구성원 중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일부 위원들도 회의에 불참하면서 최고위가 유명무실해졌고, 결국 홍 대표는 물러났다.

손 대표는 “선거 득표율이 낮다고 대표를 바꾸라? 어림없는 소리”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우군’이라 할 수 있는 국민의당 출신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손 대표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뭉개고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당계 중에도 손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에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하되 장기적으로 한국당과의 연합을 꾀하는 세력, 손 대표 체제를 유지하되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하자는 세력, 민주평화당과의 규합을 통해 호남·수도권 지역 기반의 당을 만들자는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창당 주역인 안철수 전 대표를 설득해 국내 정치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