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비오 거짓말쟁이’는 문학적 표현”… 광주서 전두환 민·형사 재판

입력 2019-04-09 04:02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8·사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이 8일 광주지법에서 잇따라 열렸다. 전씨는 출석 의무가 없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전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재판 관할이 잘못됐다고 거듭 주장하고 혐의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전씨 측은 검찰이 제출한 576개의 증거목록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 ‘탄흔 감정서’와 국방부가 작성한 일부 문건 등 상당수에 대해서는 증거로 동의하지 않았다. 다만 계엄사와 검찰 수사기록 등은 인정했다. 지난달 11일 출석한 첫 재판 도중 법정에서 졸았던 데 대해서는 “긴장해서 그랬다”며 “큰 결례를 범했다”고 재판부에 사과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전씨에 대한 형사재판을 진행했다. 전씨 측 정주교 변호사는 “5월 단체와 조 신부만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특정해서는 안된다”며 “집필과 출간행위의 재판 관할을 광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자명예훼손은 친족 또는 자손에게 고소권을 부여하는데 조 신부 조카가 광주 용봉동에 주거하는 점 등을 종합해 봐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서점에서 회고록을 파는 주인의 행위와 피고인 전씨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며 “제3자의 행위를 범죄구성 요건으로 보는 것은 모순”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검사가 공소장에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피고인 행위를 기재하고 피고인이 부인하는 증거서류를 인용해 공소장을 작성해 형사소송법상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를 위배했다”며 별도의 의견서도 제출했다. 정 변호사는 전씨가 회고록에서 조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서술한 데 대해선 “5·18 헬기 사격을 주장한 고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를 담은 문학적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변호인은 이날 절차적 재판인 공판준비기일인데도 인터넷과 서적의 명예훼손 파급범위 등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일을 5월 13일로 정하고 헬기사격 목격자 5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갖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광주고법에서는 전씨의 회고록과 관련한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5·18기념재단 등 4개 5월 단체와 조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는 전씨와 회고록을 발간한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5·18의 역사를 왜곡한 전씨의 회고록에서 문제가 된 69개의 표현들을 모두 삭제하지 않고는 회고록 출판과 배포를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또 5월 단체에 각각 1500만원씩 총 6000만원, 조 신부에게는 1000만원 등 7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전씨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