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출신 ‘괴물 공격수’가 K리그2(2부리그)에 또다시 나타났다. 올 시즌 리그에서 연달아 골을 터뜨리고 있는 광주 FC의 펠리페 실바(27)가 그 주인공이다. 압도적인 득점력을 자랑하는 펠리페는 K리그1·2 모두에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했던 브라질 선수 말컹(25·전 경남 FC)을 떠올리게 한다.
펠리페는 7일 열린 K리그2 FC 안양과의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으며 개막 후 5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펠리페의 활약에 힘입은 광주는 2대 2로 비기며 무패 행진(3승 2무)을 이어나갔고 리그 1위도 유지했다. 펠리페는 이날 득점을 포함해 리그에서 총 8골을 기록, 득점 선두에 올랐다. 15경기에서 7골을 넣었던 지난 시즌에 비해 굉장히 빠른 득점 페이스다. 여태 치른 5경기에서 모두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적과 나이뿐 아니라 플레이 스타일까지 펠리페와 말컹은 닮았다. 196㎝로 장신인 말컹은 높이와 유연성, 스피드를 바탕으로 K리그를 휘저었다. 193㎝의 큰 키로 몸싸움과 헤더에 능한 펠리페도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공중볼 경합에서 펠리페를 이길 수비수는 많지 않기에 그가 머리로 떨어뜨려 준 공은 종종 찬스로 이어진다.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돌아서며 득점 기회를 노리는 포스트 플레이도 즐긴다.
빼어난 슈팅 능력과 골 결정력도 비슷하다. 두 선수는 상대의 견제로 공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슈팅까지 연결할 줄 안다. 펠리페는 주로 왼발을 쓰지만 득점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 10일 아산무궁화축구단과의 경기에서는 머리와 오른발, 왼발을 모두 사용해 이번 시즌 K리그 1호 해트트릭을 작성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온몸이 무기다. 펠리페는 8일 “매 순간 골을 넣기 위해 집중하고 준비하는 것이 나의 장점”이라며 “더 노력해서 말컹과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광주로 온 펠리페는 처음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브라질 축구리그에서 쭉 뛰다가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한 만큼 음식이나 생활 등 환경에 낯설음을 느꼈다. 이국에서의 타향살이에 외로움도 많이 느꼈다. 펠리페는 “지난 시즌에는 도중에 합류해서 완전히 집중하지 못했다”며 “개막 전 겨울 전지훈련을 통해 적응도 마쳤고, 동료들과도 가까워지며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 머무르며 브라질 식단을 마련해주는 여자친구 윌리아나의 도움도 컸다.
말컹을 비롯해 2부리그를 지배했던 역대 외국인 공격수들은 대부분 1부리그에서도 빛을 발했다. 2014시즌 대전 시티즌에서 27골로 득점왕에 오른 아드리아노는 1부리그로 올라와 5시즌 간 40골을 넣었다. 2015시즌 2부리그 득점왕(26골)인 조나탄은 2년 후 1부리그 득점왕(22골)으로 거듭났다. 그들의 뒤를 이을 펠리페 또한 “매 경기 골을 넣어 팀의 승격을 돕고 싶다”며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