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원태 체제’ 이륙 준비… 경영권 방어에 총력

입력 2019-04-09 04:01
조양호(왼쪽) 한진그룹 회장이 1982년 제주도 제동목장에서 부친 조중훈 창립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국민일보DB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갑작스레 총수를 잃은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미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장남 조원태(사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될지 주목된다.


한진그룹은 이날 “그룹 전체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며 “사장단 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진행, 안전과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된 만큼 일단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그룹 안정을 꾀하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그룹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 및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29일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에 조 회장이 어수선한 그룹 분위기를 일신하고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총회 등을 마무리한 뒤 ‘3세’ 조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조 회장이 갑자기 별세하면서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은 장례 이후로 미뤄졌다. 일단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최측근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재선임된 만큼 조 사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지분을 통해 지배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2015년 11월 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국빈 방한 중이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코망되르 훈장을 받고 있다. 뉴시스

현재로서는 조 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조 사장이 대한항공 이사진에 일가 구성원으로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나서며 운신의 폭을 넓혀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잇단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경영일선 조기 복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진칼→대한항공·한진→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정점에 있는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대주주이자 진에어(60%) 칼호텔네트워크(100%) 한진(22.2%) 등을 소유하고 있다. 한진칼은 조 회장과 조 사장, 조 전 부사장, 조 전 전무 등 오너일가가 지분 28.95%를 보유해 지배력이 아직 확고하다.

조 회장이 2018년 1월 13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조원태·조현아·조현민 3남매 간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 정리,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승계는 과제로 남는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17.84%를 가진 개인 최대지주다. 조 회장 지분의 상속 방식에 따라 그룹 전체의 경영권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2000억원대에 달하는 ‘상속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숙제다.

국민연금, 사모펀드 KCGI 등 외부 세력의 견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내년 주총에서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표 대결’을 뚫어내고 조 사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와 한진칼 사내이사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앞서 조 회장과 대한항공 주관으로 6월 서울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IATA 연차총회부터 무사히 치러내야 한다.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조인트벤처의 성공적 안착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