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닐슨… 이민정책 충돌 직후 트럼프 “넌 해고야” 트윗

입력 2019-04-08 18:54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反)이민정책의 첨병 역할을 했던 커스텐 닐슨(사진) 국토안보장관을 7일(현지시간)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해임 사실을 트위터로 알렸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아메리카 불법이민자들의 미국 유입에 닐슨 장관이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불만을 갖고 경질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파로 알려진 닐슨 장관마저 해임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초강경’ 이민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닐슨 경질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정책을 내년 대선 이슈로 끌고 가기 위한 사전작업 성격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닐슨이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동안의 봉직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케빈 맥앨리넌 세관국경보호국(CBP) 국장이 장관 대행을 맡아 국토안보부를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닐슨의 사퇴는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닐슨은 일요일인 이날 오후 5시 백악관으로 들어가 국경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이민자 입국을 막기 위한 강경 대책을 요구했으나 닐슨은 이민법과 연방법원 결정에 어긋난다고 난색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닐슨의 답변에 흥분해 사직서를 쓸 것을 요구했다. 닐슨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사퇴에 동의했다. CNN은 닐슨 측근을 인용해 “닐슨이 경질될 수 있다는 예감을 갖고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이날 해임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보도했다. 닐슨은 사임 서한에서 “물러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밝혔다. 트위터엔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10일까지 일하는 데 동의했다”는 글을 올렸다.

닐슨 입장에선 배신감을 느낄 만한 퇴장이다. 닐슨은 미·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적극적이었으며 논란을 빚었던 중아메리카 불법이민자 ‘부모·자녀 격리’ 정책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닐슨은 고립무원 처지에 놓여 있었다. 닐슨은 반이민정책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민주당의 표적이 됐다. 닐슨이 강경파로 알려졌지만 내부적으로는 반이민정책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다고 CNN은 전했다. 반이민정책의 설계자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런 닐슨의 경질을 요구했다고 WP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닐슨 경질 이후 올린 트위터 글에서 “남쪽 국경에서 지난 수년보다 더 많은 체포가 이뤄졌다”면서 “국경경비대가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우리나라는 꽉 찼다”면서 “필요하다면 남쪽 국경을 닫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해고’ 발표를 했다. 그는 닐슨과의 회동 직후 경질 사실을 트위터로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7일 러시아 스캔들 수사 지휘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경질 사실을 트위터로 전격 발표했다. 지난해 3월 13일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해임도 트위터로 세상에 알려졌다. 라이언 징크 전 내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도 ‘트위터 해고’를 당했다.

‘트럼프 스타일’은 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닐슨 후임에 정식 장관을 임명하지 않고 맥앨리넌 장관 대행을 지명했다. 닐슨 장관의 경질에 따라 국토안보부를 포함해 국방부, 내무부 등 3개 부처가 ‘장관 대행’ 체제다. 백악관 비서실도 ‘실장 대행’ 체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