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등록금 인상… “우리가 봉인가” vs “우리도 외국선 더 내”

입력 2019-04-09 04:05

서강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두모(25)씨는 올해 1학기 등록금으로 416만원가량을 냈다. 지난해(378만원)보다 10%(38만원) 정도 올랐다. 같은 학과의 이번 학기 내국인 등록금은 약 360만원이다. 두씨는 “지난해 이미 5%가 올랐는데 이번에 또 올랐다. 내국인은 그대로인데 왜 우리만 더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두씨처럼 등록금이 인상된 중국인 유학생 100여명은 지난 2월 학교에 단체 항의 메일을 보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외국인 유학생의 불만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외국인 학생이 많아지면 대학이 그에 맞춰 지출하는 예산이 늘어나므로 이들이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일부 국내 학생은 “외국에 나가면 우리도 똑같은 처지”라고 말한다.


8일 각 대학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률은 경희대 8.8%, 성균관대 5%, 한양대 5%, 연세대 5%, 고려대 4%, 중앙대 1.9% 등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은 외국인 학생 수 증가로 인한 시설 확충을 등록금 인상 근거로 삼았다. 영어 강의 증설과 복지시설 확충(경희대), 국제학생 교육센터 신설(서강대) 등이 이유였다. 반면 내국인 등록금은 수년째 동결 추세다. 교육부는 대학 등록금 인상률 제한 규정을 뒀지만 유학생에 대해서는 예외를 뒀다.

유학생 불만은 크다. 아랍권에서 온 고려대 유학생 A씨(23)는 “최근 2년간 등록금이 올랐는데 영어 강의 수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중국인 유학생 장모(21)씨도 “올해 국제학생 전용 필수과목 수업이 20개에서 10개로 줄었다”며 “등록금은 올려놓고 강의 수는 줄어드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근로비자가 없는 유학생들이 불법 취업에 나서는 사례도 많다.

유학생의 항의가 이어지자 총학생회가 나선 경우도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올해 “대학 국제화의 부담을 외국인 학생에게만 전가한다”는 이유로 외국인 등록금 인상안에 반대해 학교 측의 인상안 5%를 4%로 낮췄다. 그러나 고려대생 박모(25)씨는 “외국인 학생들에겐 추가 관리비가 들게 마련”이라며 “한국 학생이 미국 대학에 다니면 학비가 몇 배로 든다고 하더라.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 교수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외국인 학생 증가에 따른 등록금 인상은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외국인 유학생 대상 강의와 서비스가 신설되고 있기에 등록금 소폭 인상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범중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등록금을 올리는 만큼 유학생에 대한 처우도 올라가야 하는데 영어 서비스마저 제한된 대학이 많다”며 “유학생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지 않도록 학교도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 주립대의 경우 주 거주자만 혜택을 받을 뿐 타주 출신이나 외국인 유학생 모두 동일하다”며 “외국인만 타깃으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건 무리가 있고, 등록금을 올린다면 그에 맞는 서비스가 보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