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의 작은 도시 유바리(夕張)는 파산한 지자체의 상징으로 유명하다. 지난 8년간 이곳에서 파탄 난 재정과 싸워온 30대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홋카이도 도지사가 됐다. 7일 일본 통일지방선거에서 최연소 지사로 당선된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38·사진) 전 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홋카이도는 대대로 야당세가 강한 곳이지만 스즈키 전 시장은 입헌민주당 등 5개 야당이 연합해 지지한 이시카와 도모히로 후보를 꺾었다. 무소속으로 자민당 추천을 받은 스즈키 전 시장은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일하겠다. 젊음을 살려서 미소가 넘치는 홋카이도를 만들어 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즈키 전 시장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은 그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온 ‘흙수저’ 출신이면서 그동안 유바리 시장으로 보여준 진정성이 유권자들을 감동시켰다는 점이다.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출신인 그는 고교 시절 부모 이혼으로 경제형편이 어려워지자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도쿄도청 하급 공무원이 된 후 공부를 계속해 호세이대 야간학부를 졸업했다. 2008년 1월 유바리에 파견된 것은 그의 인생의 전기가 됐다.
유바리는 과거 굴지의 탄광도시였다. 하지만 에너지정책이 값싼 외국산 석탄과 석유를 수입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24곳이던 탄광은 쇠락해 1990년 모두 문을 닫았다. 유바리는 신산업을 만들기 위해 70년대부터 관광산업에 투자하고 탄광회사들이 소유하던 사회기반시설을 인수했다. 적자가 누적됐지만 분식회계를 하고 차입금을 끌어다 쓰다 결국 2006년 재정파탄을 맞았다. 빚이 무려 600억엔(약 6200억원)이나 됐다. 당시 시의 1년 예산 45억엔의 10배가 넘었다. 2007년 3월 유바리는 법에 따라 ‘재정재건단체’가 돼 중앙정부 관리를 받게 됐다.
스즈키 전 시장은 도쿄도가 유바리를 돕기 위해 파견한 공무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처음엔 도쿄에서 담당했던 의료보험 업무를 하다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도 관여하게 됐다. 당시 유바리 특산품 멜론을 활용한 팝콘의 아이디어를 내 인기를 끄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2010년 3월 도쿄로 돌아갈 때 유바리 시민들이 시청 앞에서 노란 손수건을 흔들어 배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도쿄도청 복귀 이후에도 유바리 행정 자문의 업무도 맡았다. 유바리 유력인사들로부터 시장 선거 출마를 권유받았고, 결국 2011년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스즈키는 두 차례 재임기간 시장 연봉을 70% 삭감하는 등 솔선수범하며 재정 안정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폈다. 유바리는 자산 매각, 세금 인상, 복지 서비스 축소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빚을 갚고 있다. 아직도 유바리가 갚아야 할 빚이 많지만 그가 보여준 행동은 유바리를 넘어 홋카이도를 감동시켰다. 이제 그는 인구 감소와 철도 노선 통폐합 등 홋카이도가 안고 있는 난제들과 싸워야 한다. 그는 “정부와 연계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활력 있는 홋카이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