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몸값이 뛰는 자산이 있다. 이른바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金)이다. 최근 미국발 ‘R(Recession·불황)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불안 요소가 지속되는 데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확보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금값이 재차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금 보유량을 6062만 온스(약 1718t)까지 늘렸다. 전월 대비 36만 온스(약 10t) 증가한 규모다. 중국은 최근 넉 달간 금 보유량을 늘려 왔다. 지난해 12월 금 9.9t을 매입한 뒤 지난 1월에는 11.8t, 2월에는 9.9t을 추가로 사들였다. 앞서 중국은 2015년 하반기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매달 금 보유량을 늘려오다가 한동안 매입을 중단했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경기하방 압력 속에 다시 ‘금 사재기’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계 각국도 금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은 651.5t의 금을 새로 매입했다. 전년 대비 74% 증가한 규모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매입량이다. 세계 금 보유고 1위인 러시아는 미국 국채를 팔고 지난해에만 274t가량의 금을 사들였다. 터키 중앙은행도 금 51t을 사들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헝가리, 폴란드 등 일부 유럽 중앙은행들도 금 보유량을 10배 가까이 늘리며 1971년 이후 가장 많은 순매수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정책도 금값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요소로 거론된다. 통상 달러 가치와 금값은 반대로 움직인다. 최근 몇 년간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달러 가치가 오른 반면 금값은 주춤했다. 지난해 8월에는 국제 금값이 온스당 1176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미 연준이 긴축 철회 방침을 시사하면서 최근 금값은 1300달러 안팎까지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KRX금시장의 일평균 금 거래량은 19.3㎏으로 2014년에 비해 244.6% 증가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약 9억1000만원으로 2014년보다 279.2% 늘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금값은 한동안 들썩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안에 금값이 온스당 14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후반부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올 하반기 이후 금융시장 불안 심화로 안전자산 수요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며 “안전자산 내에서도 금의 성과가 두드러지며 올 연말에 온스당 15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