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피해 어떻게 도와야 하나… “초기엔 구호 물자, 장기적으로 집짓기 지원을”

입력 2019-04-09 00:04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고성 속초 지역 대형 산불로 지역 교회와 성도들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고성 토성면 용천교회도 종탑과 예배당, 식당, 보일러실이 바람에 흩날린 산불로 검게 탔으며, 성도 중 5가구의 주택이 전소됐다. 용촌교회 제공

강원지역 산불 피해 주민들은 단기적으로 구호물자 지원, 장기적으로 집짓기가 가장 시급하다고 요청해 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발생한 강원지역 산불로 주택 530채, 임야 약 530㏊, 공공시설 72곳이 불탔으며 가축 4만1518마리가 소실됐다. 창고 비닐하우스 근린생활시설 농업시설 축사 등도 피해를 입었다.

속초중앙교회 강석훈 목사는 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단기적으로는 생필품 등 구호물자를 보내주고 장기적으로는 불탄 집을 다시 짓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강 목사는 “피해를 본 마을엔 대부분 노인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마을회관이나 노인회관 등에 분산돼 있다”며 “구호물자를 모아 놓으면 이를 각 마을회관이나 노인회관에 전달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불은 수해와 달라 피해 현장을 유지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많은 인력이 동원돼 복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상 문제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현장을 보존해야 하기에 봉사 인력을 전략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강 목사는 “농민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집을 다시 지어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엔 불가능하기에 NGO 등이 우선 집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원도 교계에 따르면 산불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고성군 토성면의 원암리 성천리 용촌리와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과 영랑동 등이다. 산불로 교회나 목회자 사택, 기도원, 수양관 등이 전소되거나 피해를 입은 곳이 많다. 성도들의 가옥도 피해를 봤다. 이들에게 생필품 지급 등 실제적 도움이 절실하다.

강릉 옥계면 옥계중앙교회 성도인 정재교(30)씨는 “부모님과 살던 집이 불탔다. 이웃집 여섯 채도 한꺼번에 불타 잿더미로 변했다”며 “순식간에 집을 잃고 나니 막막하다. 당장 갈아입을 옷도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고성군 용촌교회 이상용 목사는 “교회 예배당과 철탑, 식당, 보일러실 등에 피해를 입었다. 철거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속초농아인교회 박경주(57·여) 전도사는 영동극동방송 건물에 월세를 내고 교회와 사택을 유지해 왔으나 이번 산불로 전소됐다. 박 전도사는 “농아인 20여명과 예배를 드렸다. 성구나 십자가도 못 챙기고 몸만 빠져나왔다.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걱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국교회와 NGO들은 이날도 구호활동을 이어갔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이승희 목사) 임원 등 관계자들은 교단 산하 피해 교회를 둘러보고 후원금을 전달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전명구)는 긴급재해기금에서 산불 피해 교회와 교인 가정을 지원키로 했다. 예장통합 강원동노회는 9일 임원회를 열고 교단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김충섭 목사)는 강원노회와 함께 성금을 모으기로 하고 오는 23일 봄 노회를 열어 구체적인 복구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한국해비타트는 고성 및 속초 지역 주민들의 보금자리 재건을 돕기로 했다. 주택 복구가 시급한 가정을 중심으로 집 고치기 사업을 펼친다.

우성규 백상현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