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기준으로 자영업자 수는 548만명이다. 전체 취업자 수의 약 20%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보다 높다. 특히 자영업자 중 50세 이상의 비중은 2007년 37.1%에서 2017년 52.3%로 치솟았다. ‘중고령 자영업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배경에는 정부 정책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자영업은 실직과 퇴직 같은 위기를 흡수하는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자영업이 실업 대책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1997년 590만1000명이었던 자영업자 수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몸집을 불려 2002년 621만2000명에 이르렀다. 이후 500만명 규모를 유지 중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대량실업 사태에 직면하자 자영업 창업을 실업난 해소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를 위해 금융정책도 확대했다. 실업자들이 손쉽게 창업자금을 구할 수 있도록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신용카드 대출 등을 활성화했다. 임금근로자 자리에서 밀려난 이들은 정부 정책을 등에 업고 자영업자로 앞다퉈 변신했다.
하지만 자영업자 수 증가는 ‘경쟁 심화’ ‘시장 포화’라는 숙명과 마주하게 됐다. 실업자들이 음식, 숙박업, 도소매업 등에 몰리면서 해당 업종은 포화 상태에 직면했다. 이어 폐업이 이어졌다. 상황이 심각하자 참여정부는 2005년 창업을 자제하게 만드는 자영업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구조조정은 지속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정부는 다시 실업 대책으로 자영업 확대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정부는 2009년 프랜차이즈 산업 활성화 정책까지 발표했다. 한국의 취약한 사회안전망이 ‘경제 위기→대량 실업→자영업으로 밀어넣기’라는 수순을 만든 셈이다.
여기에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도 자영업자 수를 늘렸다. 1955~64년 출생자들이 노동시장에서 대거 밀려나면서 자영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2000년대 이후 중고령 자영업자 수는 급증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