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의 정체성마저 의심케 만드는 장관 임명강행

입력 2019-04-09 04:01
文정부 2년도 안 돼 청문보고서 없이 11명이나 임명…
노무현 정부는 인사 실패 때 민정·인사수석 경질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후보자는 11명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됐다. 역시 인사청문 대상인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 양승동 KBS 사장 등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거나 못하면 대통령은 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고 재송부 요청에 국회가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이미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기 때문에 추가 낙마에 대한 부담도 컸을 것이다. 10일부터 방미 일정이 시작돼 계속 장관 자리를 비워두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출범 2년도 안돼 임명 강행 사례가 두 자릿수가 됐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것은 이전 정부에도 있었다. 박근혜정부 때는 10명, 이명박정부는 17명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들어 상대적으로 임명 강행 숫자가 많은 것은 그만큼 인재풀이 좁고 코드 인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도덕성을 앞세우는 문재인정부에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자가 많다는 것은 정권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묻게 한다.

박 후보자는 한 건설업체가 3억원가량의 서울 연희동 자택 인테리어를 공짜로 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서울대 특혜진료 의혹 등과 관련해 한국당으로부터 고발까지 당한 상황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박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해 “장관은 고사하고 의원직 유지도 힘들다”며 “결사 각오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대북관과 막말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특별히 능력이 뛰어난 것 같지도 않다. 두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고 다른 장관들의 도덕성 시비가 많은데도 검증을 소홀히 한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노무현정부 때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낙마하자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찬용 인사수석과 박정규 민정수석이 경질됐던 것과는 다르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40% 초반으로 떨어진 것도 인사 실패와 무관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