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대규모 화재 참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제천시는 8일 화재 참사가 난 스포츠센터 건물에 대한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시는 이날부터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인 비계를 설치하고 수도·전기 절단 등 철거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흉물로 남겨진 건물의 철거 비용은 14억600만원이다.
시는 중장비를 동원해 건물을 한 층씩 제거하는 방식으로 오는 6월까지 철거를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건물을 철거한 후 국비를 지원받아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의 복합 문화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하지만 국회가 참사 1년여만에 때늦은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지자체와 국회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참사 진상조사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은 바른미래당 권은희(광주광산을) 의원이 맡았고 더불어민주당 김영호(서울 서대문을) 의원 등 5명의 의원이 소위에 참여했다.
유가족들은 소위에 소방청 합동조사결과에 대한 검증으로 명확한 책임규명, 소방관 부실 대응 문제, 경찰과 검찰 수사결과의 불일치, 소방청 화재대응시스템 개선 여부 점검 및 관련 제도 개선, 사고 후 미흡한 피해자 지원 대책 개선 등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소위는 현장 조사와 공무원 등 참사 관계자 청문회,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 등의 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지난달 국회의 요구에 따라 철거 보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시는 “4월 7일 이전에 현장 조사를 완료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소위는 현장 조사 일정을 잡지도 못한 상태다. 소위는 지난 5일 제천시청에 공문을 보내 “화재진상 규명을 위해 소위원회 활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필요할 경우 화재현장 검증 활동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
시는 증거보전 필요성이 없다는 법원과 검찰의 입장을 확인한 뒤 철거 강행에 나섰다. 시는 10일 정도의 철거 준비기간에 국회가 방문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본격적인 건물 철거까지는 준비 기간이 남은 만큼 추후 논의를 거쳐 어떻게 처리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시는 건물의 내·외부 영상기록을 남겨 국회에 제공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국회 소위는 아직까지 현장 방문 여부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라며 “국회는 지자체와 지역주민을 상대로 갑질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철거를 미룰 수 없다는 여론과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한숨짓는 주변 소상공인들의 뜻을 더 외면할 수 없고 흉물로 버려진 건물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천=글·사진 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